“꽃길만 걷는 시간”…수국길 따라 걸으며, 강진의 여름이 달라진다
요즘은 꽃길을 따라 걷고, 꽃과 음악이 어우러진 축제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여행지 하면 먼 곳, 특별한 무언가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온몸으로 작은 기쁨을 경험하는 일상 속 순간들이 더 소중해진다. 꽃향기 가득한 강진의 수국길에서도 그런 표정들이 피어난다.
SNS에서는 이미 형형색색 수국 사진이 줄을 잇고 있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고성길을 따라 펼쳐진 8km의 꽃길은 산사의 고요함과 자연의 선율이 한데 스며 있는, 도시에서 찾기 힘든 시간의 여백을 선사한다. 고성사부터 금곡사, 보은산 등산로까지 이어진 이 길엔 각기 다른 빛깔의 수국이 어우러지며 걷는 이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긴다. 가족, 친구,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이들의 웃음소리와 깊은 숨 사이, 누구나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이런 변화는 축제를 만드는 방식에도 나타난다. 강진수국길축제는 지역 화훼 농가가 무상으로 기증한 수국으로 채워진다. 개장식과 공식 축하 음악회는 물론, 수국길을 걸으며 즐기는 가든음악회, 어린이 마술과 싱어롱쇼, 솜사탕 공연처럼 온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무대가 이어진다. 곳곳의 목공체험, 화관·향수 만들기, 행운의 엽전던지기 등은 체험과 놀이를 동시에 아우르며 몸을 움직이고 손끝으로 또 다른 기억을 남길 수 있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축제의 본질을 ‘작은 기쁨의 축적’이라 표현한다. 지역 농가의 손길이 더해진 꽃과 맛, 자연 속에서의 음악과 놀이가 쌓여 강진만의 색다른 여행 품격을 만들어간다는 해석이다.
직접 다녀온 이들은 "한 송이 수국을 바라보며 아이와 나란히 걷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고백한다. 커뮤니티 반응도 밝다. 축제와 꽃길 사진을 공유하며, "올해는 강진에서 가족과 꽃구경한다", "도심에서는 느끼기 힘든 여유"라는 말이 이어진다.
그만큼 이 축제는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나 체험을 넘어 일상과 계절, 사람 사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사회와 방문객, 어린이부터 부모까지 모두가 자연과 함께 한 박자 쉬어갈 공간이 생긴 셈이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꽃 한 송이나 짧은 노래 한 곡이, 강진의 여름을 특별하게 만든다. 수국의 길을 걷는 그 순간, 삶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마음에는 긴 향기가 남는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