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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안기고 옛 시간에 머문다”…인제에서 만나는 자연과 역사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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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안기고 옛 시간에 머문다”…인제에서 만나는 자연과 역사의 여유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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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소란스런 도시보다 숲속의 고요를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흔한 피서지도 좋지만,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곳에서 보내는 하루가 더 깊은 위로를 준다. 인제의 잎사귀와 고즈넉한 풍경 사이엔, 분주한 일상에서 놓치고 살던 쉼이 깃들어 있다.

 

구름이 많던 2일, 인제군 속삭이는자작나무숲을 찾은 방문객들은 하얗게 뻗은 나무 틈을 거닐며 이국적인 풍경에 취했다. “오전에 숲길을 따라 걷는데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햇살에 마음까지 부드러워졌다”고 한 관광객이 표현했다. 숲은 SNS 사진 명소로도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그만큼 “숲에서의 평온함”을 인증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제 백담사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인제 백담사

숲길에서 발길을 옮기면, 설악산 자락의 백담사가 기다린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의 자취가 서려 있는 사찰로 이름 높다. 관광객들은 “맑은 계곡 소리에 마음이 고요해지고, 절로 걸음을 늦추게 된다”고 느꼈다. 백담사 앞에 서면 내설악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역사와 자연이 켜켜이 쌓인 자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강원도 자연휴양림과 사찰 방문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가족 단위 방문뿐만 아니라, 홀로 떠나 자기만의 시간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제스피디움 안 클래식카박물관에는 아이 손을 잡은 부모와 클래식카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들른다. 영화 속 장면처럼 연출된 공간, 오래된 자동차가 자아내는 레트로 감성에 “잠시 현실을 잊고 과거로 여행하는 기분”이라며 웃음 짓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가령 씨는 “숲을 걷고, 절에 머무는 경험 그 자체가 일상의 무게를 덜어내는 좋은 연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치는 바람, 부서지는 빛, 과거의 이야기와 닿는 순간들이 정신적 리셋의 계기가 된다”는 통찰도 남겼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요즘은 유명 맛집보다 숲에서 나무 냄새 맡는 게 더 힐링” “백담사에서 보내는 하루, 오랜만에 마음이 맑아졌다” 등 공감이 이어진다. 바쁘게 돌아가는 계절이지만, 자연 속에서 천천히 걷고, 옛시간에 머물러보는 게 더 특별해졌다는 이야기다.

 

인제의 숲길, 계곡물, 그리고 오래된 박물관의 한 장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찾는 건 거창하지 않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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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속삭이는자작나무숲#백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