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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로 흐르는 고요”…문경,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늦여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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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로 흐르는 고요”…문경,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늦여름 산책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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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경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름이 물러나고 가을이 문턱에 들자, 구름이 많은 하늘 아래 역사의 흔적과 자연의 기운을 모두 느끼려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예전엔 교통의 요지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가족과 연인, 혼자만의 시간이 모두 어울리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문경의 바람은 청명하다. 3일 오후,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고 습도와 바람도 적당해 몸을 가볍게 움직이기 좋았다. 대표 명소인 문경새재도립공원에는 완만한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오랜 옛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무심코 걸음을 멈추게 된다.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적 흔적을 새기며 가족끼리 사진을 남기는 풍경, 산책객 사이로 피어나는 사람 냄새가 이 가을의 초입을 채운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문경새재도립공원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문경새재도립공원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로나 시기 이후 단체 여행보다 가까운 도심 밖 자연 명소를 찾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문경 인근 체험관이나 공원은 최근 들어 가족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경 에코월드는 과학과 자연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뛰놀기에 안성맞춤이다. 문경오미자테마터널처럼 지역 특산물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곳도 인기다. 시원한 터널 안에서는 열대야와 상관없이 쾌적하게 다양한 전시와 체험존을 즐길 수 있어,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자연 속에서 배우고 쉬는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여행 칼럼니스트 윤정훈은 “요즘 여행객들은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원한다. 문경 같은 곳에서는 역사의 의미와 자연의 흐름을 두루 느낄 수 있어, 특히 가족 단위로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마음을 맑게 한다”, “문경오미자테마터널에서 직접 오미자 체험을 하니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실제로 기자가 걸어본 문경새재길은, 옛길과 새로운 산책로가 조화롭게 이어져 있어 노약자부터 어린이까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만했다.

 

문경의 명소들은 그저 볼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호계면 봉천사에서는 사찰 특유의 정적과 숲의 색 변화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틈틈이 계절의 결을 느끼고, 한적한 곳에서 명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일상을 벗어났기에 가능한 일. 여행지에서 만난 이런 ‘여유로움’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계절이 바뀔 때,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이유로 새로운 풍경을 찾아 걷는다. 문경의 구름 많은 하늘과 옛길, 그리고 조용한 산사의 온기는 소소한 여행이 삶의 의미를 조금씩 바꿔간다는 걸 일깨워준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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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문경새재도립공원#문경오미자테마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