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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고요함을 걷는다”…경산에서 찾은 평온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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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고요함을 걷는다”…경산에서 찾은 평온의 순간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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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조용한 자연을 찾아 걷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사람들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시간을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 변화 안에는 달라진 삶의 태도가 스며 있다.

 

경상북도 경산시는 흐린 하늘 아래 팔공산의 능선을 감싸 안는다. 이 도시에서 팔공산갓바위는 단 한 가지 소원을 빌고자 오르는 이들로 늘 붐빈다. 머리에 갓이 얹힌 듯 특이한 형상의 관봉 석조여래좌상이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끈다. “꼭대기에 닿았을 때 시야가 확 트이죠. 하늘과 산이 연결된 것처럼 느껴져요.” 팔공산의 등산로는 오르기 편하게 잘 정비돼 있어 몸과 마음이 동시에 들뜨는 경험을 안긴다. 전망대에 서면 봉우리들이 줄지어 펼쳐지고, 흐린 날씨가 만들어내는 아득한 풍경은 어느새 모든 번잡함을 섞어 놓은 듯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산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자연 명소를 찾는 도시인의 방문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편, 불굴사 역시 경산을 대표하는 천년 고찰이다. 울창한 숲길로 이끄는 사찰 앞에는 원효대사 창건설이 전해지며, 대한불교조계종 은해사의 말사로서 오랜 시간 세월을 지켜왔다. 불굴사 경내를 걷노라면 고요와 평온, 그리고 전통 건축물의 단정한 미감이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체감하게 된다.

 

트렌드 분석가 정우진 씨는 “현대인은 복잡한 도시의 구조에서 잠시 빠져나와 자연의 단순함과 조용한 경관에 마음을 기댄다. 여행의 본질은 꼭 화려한 무언가가 아니라, 사유와 회복의 시간이다”라고 느꼈다.

 

네티즌들도 “반곡지의 물안개가 피어나는 새벽, 아무 말 없이 걷고 있으면 머릿속이 말끔해진다”, “불굴사 앞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 차분한 내 마음을 다시 만난다”는 감상을 전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산의 산과 저수지, 그리고 천년 고찰은 일상을 쉼표로 바꿔주는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작고 소박한 풍경이지만 그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볼 수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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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팔공산갓바위#반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