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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그립 퍼팅 진화”…정윤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시즌 반전 드라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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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그립 퍼팅 진화”…정윤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시즌 반전 드라마 예고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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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손을 들어 올려 보이던 미소 뒤로는, 결코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우승에 대한 절실함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결승 퍼트가 그린 위를 미끄러질 때, 정윤지는 누구 보다 담담하게 두 손을 쥐며 조용한 포효로 응답했다. 3년의 시간 속에 쌓인 기다림과 끈기가, 마침내 클럽을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6년 차 정윤지는 1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4 KLPGA 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하며, 합계 17언더파 199타로 대회 정상을 밟았다. 데뷔 6년 만에 거둔 두 번째 우승이자, 2022년 E1 채리티 오픈 이후 무려 3년 만의 쾌거였다.

“역그립 퍼팅 작동”…정윤지, MBN여자오픈 와이어투와이어→3년 만에 통산 2승 / 연합뉴스
“역그립 퍼팅 작동”…정윤지, MBN여자오픈 와이어투와이어→3년 만에 통산 2승 / 연합뉴스

특히 이번 우승은 대회 내내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로 더욱 의미가 깊었다. 1라운드 8언더파 64타로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우며 기선제압을 하더니, 마지막 홀까지 선두를 지키는 집중력을 보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이채은이 6언더파 66타로 거센 추격을 펼쳤지만, 정윤지는 18번 홀(파5) 4.5m 운명의 버디 퍼팅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윤지의 비상에는 퍼팅 스타일의 변화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왼손이 아래로 향하는 '역그립'으로 그립을 교체한 뒤, 이번 대회에서는 그린 적중 이후 평균 퍼트 1.61개라는 독보적 수치를 남겼다. 이는 전체 선수 평균 1.82개를 크게 앞지르는 기록으로, 퍼트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전략적 변화가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줬다.

 

아이언 샷이라는 기존 강점에 더해, 1·2라운드에서 53퍼트로 15버디를 적립하면서 위기마다 파세이브와 결정적 버디로 팀을 이끌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4번과 13번 홀에서 장거리 파퍼트를 침착하게 집어넣으며 흔들림 없는 경기를 펼쳤고, 17번 홀(파5)에선 무려 15m에 달하는 긴 퍼트를 깔끔히 굴려 파세이브를 이뤄냈다.

 

정윤지를 지도한 주흥철 코치는 "퍼팅 스트로크가 더 좋아졌고, 과감한 변화가 선수의 자신감에 큰 보탬이 됐다"고 평했다. 정윤지 또한 "올해부터 샷과 퍼팅 연습을 반반으로 조절한 덕분에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마지막 우승 퍼팅 직후에는 벅찬 눈물을 보이며 “못 넣으면 연장전이었다. 나 스스로도 많이 긴장했다. 늘 곁에서 응원해준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준우승은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한 이채은이 차지했다. 이채은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준우승에 오르며 젊은 선수들의 저력을 보여줬다. 윤화영, 지한솔, 안송이는 나란히 203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작년 우승자 이예원은 11언더파로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상금과 대상포인트 1위 자리를 지켰다.

 

정윤지는 이번 우승으로 1억8천만원을 추가해 시즌 상금랭킹 7위(2억9434만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짧지 않았던 침묵을 깨고 돌아온 정윤지의 이야기는 남은 시즌 KLPGA 투어의 변수로 떠올랐다. 팬들 역시 조금 더 깊어진 심장소리로, 또 한 번의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잔잔하게 불어가는 초여름의 바람 아래, 새로운 도전도 다시 시작된다. KLPGA 투어는 곧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으로 이어진다. 골프라는 이름의 긴 여정과 함께, 정윤지의 또 다른 성장기를 주말 밤의 필드에서 만날 수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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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mbn여자오픈#이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