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루빈 대금 산조, 경연장 울렸다”…KBS국악대경연 입상→국악계 별 탄생 순간
서늘한 여름밤, 차루빈의 대금 소리가 KBS홀을 빠져나와 청중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남겼다. KBS국악대경연 결선 연주회는 예년보다도 더욱 치열했던 젊은 국악인들의 도전과 열기로 가득했다. 대금 독주 ‘서용석류 대금산조’를 선택한 차루빈은 흔들림 없는 호흡과 단단한 음색으로 심사위원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다. 그는 세밀하게 짜인 산조의 틀 속에서 자유롭고 절제된 정서를 오가며, 전통 국악의 아름다움과 청춘의 생동감을 한데 엮어냈다.
심사위원들은 차루빈의 연주에 대해 “풍부한 성음 구사와 기술적 안정감이 돋보였다”며, 젊은 예인다운 신선한 해석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미 전국 대회에서 여러 차례 두각을 드러낸 차루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과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수료 등 탄탄한 이력을 지닌 실력자다. 오랜 학습의 무게와 세월을 녹인 듯, 결선 무대 위에서 그의 대금은 오직 국악만이 전할 수 있는 깊은 서정과 기품을 발산했다.

결선의 또다른 주인공들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각 부문 연주자였다. 창작곡 ‘新고산’을 선보인 광락팀은 크라운해태제과 특별상으로 신선함을 더했고, 판소리 ‘심청가’의 김기진은 절절한 소리로 금상을 거머쥐었다. 성악과 단체 부문에서도 서도민요, 판소리 춘향가 등 우리 음악의 폭넓은 스펙트럼이 무대마다 펼쳐졌다.
이날 결선에서 직접 호흡하고,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간을 지난 청년 국악인들은 선배 명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새로운 국악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오정해, 왕기철, 남상일 등이 지나간 자리에서 또 한 명의 별이 빛났다. 세대의 벽을 넘나드는 에너지와 기술, 청춘의 담대함이 국악의 깊은 뿌리와 유려하게 엮인 순간이었다.
한편, 이날의 감동과 여운을 담은 제35회 KBS국악대경연 결선 연주회는 추석 당일인 10월 7일 화요일 오후 12시 10분, KBS 1TV 특집 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안방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