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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와 자연이 빚은 고창의 하루→역사와 청보리밭의 깊은 숨결
문화

유네스코와 자연이 빚은 고창의 하루→역사와 청보리밭의 깊은 숨결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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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아침, 고창의 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고창 고인돌 유적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돌덩이 아래로 머물렀던 수천 년의 숨결은, 여행자가 걷는 순간마다 시간을 넘어 공명한다. 고창읍의 테두리를 감싸는 고창읍성의 성벽 위로는 이른 햇살이 비추고, 바람에 흔들리는 맹종죽림이 여름날을 부드럽게 감싼다.

 

고인돌 박물관에서는 선사인들의 생을 만날 수 있다. 거친 돌, 정교한 전시물, 유구한 질문이 공간 위로 이탈한다. 역사의 무게와 교감한 뒤, 선운산도립공원에서는 이끼 낀 바위와 울창한 숲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운사와 도솔암, 미소 짓는 마애불은 고요한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입적의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운곡람사르습지에서는 생태의 미소가 환히 피어난다. 멸종위기종이 공존하는 물길을 따라, 탐방로는 적막과 경이의 경계를 허물게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 앞을 스치는 새소리, 바람, 그리고 흙 내음은 고창이라는 땅이 품은 생명의 언어다.

 

공음면 보리나라 학원농장에는 봄이면 푸른 청보리가, 여름에는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가, 가을이면 눈부신 메밀꽃이 시간의 계절을 따라 들판을 수놓는다. 카메라 셔터 소리도 잠시 멈추게 하는 풍경,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이 준비한 무대의 관객으로 이어진다.

 

상하면 상하농원에서는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젖소목장과 동물농장이 어루만져진다. 체험과 휴식, 그리고 소박한 식사까지, 농촌의 살아있는 결이 일상에 대한 감사와 희망을 심는다.

 

구시포해수욕장은 부드러운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질 무렵, 붉디붉은 빛으로 물드는 수평선은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시간의 채도다. 여름이면 맨발로 파도를 채집하고, 갯벌을 걷는 이들이 서로의 추억을 나눌 수 있다.

 

고창은 계절과 풍경, 그리고 유산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시를 완성한다. 2025년의 여름, 고창에서는 역사와 자연, 삶의 울림이 조용히 여행자의 깊은 내면을 흔들어 놓는다. 오늘을 지나 내일로 이어지는 이 아름다움은 늘 사람 곁에 머물러, 진정한 쉼에 대한 해답을 들려준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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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고인돌유적#선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