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무효 소송 제기”…알랭 들롱 자녀들, 상속 분쟁 격화에 시선 집중
현지시각 2일, 프랑스(France) 파리와 스위스(Switzerland) 제네바를 무대로 프랑스 배우 고(故) 알랭 들롱(Alain Delon)의 자녀들 간 유산 상속 분쟁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막내아들인 알랭 파비앵 들롱(Alain-Fabien Delon)이 아버지가 2022년 11월 24일 제네바에서 작성한 두 번째 유언장의 효력을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조치는 5천만 유로에 달하는 상속 재산의 분배를 놓고 가족 간 법정 공방으로 번지며, 프랑스 사회와 국제 연예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알랭 파비앵이 문제 삼고 있는 유언장은, 누나인 아누슈카 들롱(Anouchka Delon)이 아버지의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인격권의 유일한 상속인으로 지정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2015년 작성된 첫 번째 유언장에는 아누슈카가 재산의 50%, 두 아들 앙토니와 알랭 파비앵이 각각 25%씩을 상속받는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이같은 유언장 변경 배경에는 알랭 들롱이 2019년 뇌졸중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 그리고 생전 세 남매 간 갈등이 심화돼 온 사실이 꼽힌다. 현지 언론 르몽드(Le Monde)와 르파리지앵(Le Parisien)은 막내아들 알랭 파비앵이 유언장 작성 당시 알랭 들롱이 충분한 의사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랭 파비앵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야 해당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주장하는 한편, 유언장 집행을 책임진 3명의 집행자에 대해서도 별도 소송을 예고했다.
알랭 들롱은 2023년 8월 88세로 별세했으며, 그의 상속 유산은 상속세와 세금 공제 후 약 5천만 유로(한화 약 812억 원)로 추산된다. 그가 남긴 방대한 연기 경력과 저작권 수익권을 둘러싼 형제 자매 간 혐오와 불신이 사망 1년이 지나도록 해소되지 않으면서 가족 간의 불화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들은 최근 들어 “유럽에서 유명 예술인 유산 분쟁이 빈번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전했다. 몇몇 매체는 “들롱 가족의 상속 다툼이 투명한 상속 절차와 저작권 관리 등 문화계 거물들의 유산 처리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킨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알랭 들롱처럼 예술적 가치와 경제적 파급력이 큰 인물의 유산 분쟁이 국제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어 가족 간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프랑스 사회 내 저명 인사의 사적 분쟁이 공적 논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유언장 무효 소송을 둘러싼 최종 판결과 더불어, 예술인 유산 관리에 관한 프랑스 및 유럽 사회 내 논의가 확산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