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성장 둔화”…현대차·기아, 관세 변수 맞서 신차 전략 강화→후속 매출 곡선 주목
한여름 햇살 아래, 넓은 미 대륙을 달리는 차량 행렬 속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엠블럼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5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8%, 5%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계를 넘어선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관세 인상의 거친 바람이 몰아친 미국 시장에서 이들의 성장세는 다소 완만해졌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5월 현지 판매량이 8만4천521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8%의 기분 좋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이브리드차가 전동화 시대의 맥박을 두드리며 5% 증가했고, ‘엘란트라N’은 전년보다 141%가 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베뉴, 투싼, 팰리세이드 등도 각각의 기록을 경신했다. 약 39년 긴 시간의 발자취 끝에 현대차의 미국 누적 판매는 1천700만대를 넘어섰고, 엘란트라와 투싼 등 여섯 모델이 100만대의 벽을 조용히 허물었다.
기아 역시 지난달 7만9천7대를 판매하면서 전년 동월보다 5% 성장했다. ‘카니발MPV’와 ‘텔루라이드’ ‘스포티지’는 하이브리드와 SUV 시장의 중심에서 새로운 신화를 썼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법인 영업 담당 부사장은 8개월 연속 성장세 속에 “2026년형 EV9처럼 3열 전기 SUV로 미래 수요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 예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25% 관세 인상 조치가 성장률을 한자릿수로 낮춘 근본 배경임을 지목한다. 3~4월 신규 관세가 시행되기 전 소비자들이 앞당겨 차량을 구매한 데 따라 5월엔 일시적으로 수요가 진정됐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5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3.2%, 전월 대비 2.5% 증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이제 미국 내 관세 정책의 방향, 소비 심리의 변화와 맞물려 한국산 자동차 두 브랜드의 실적과 주가는 민감하게 요동칠 조짐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신차 전략이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 길 위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다시 한번 차오르는 시간을 견뎌내며, 봄과 여름 사이의 성장 선율을 조용히 써 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