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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멈춘 그라운드”…한국프로축구선수협, 생존권 경고→혹서기 제도 개선 촉구
스포츠

“폭염에 멈춘 그라운드”…한국프로축구선수협, 생존권 경고→혹서기 제도 개선 촉구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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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정점, 뜨거운 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그려지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이미 땀은 물처럼 흐르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선 익숙한 강인함 대신 근심이 묻어났다. 온몸을 감싸는 폭염 속, 이들에게 닥친 현실은 단순한 인내를 넘어 생존을 건 사투임이 분명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혹서기 속 열악한 경기 환경이 선수들에게 치명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제도적 보호책 마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번 입장표명은 7월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뤄졌으며, 선수협은 특히 WBGT(습구흑구온도) 수치가 35도를 넘겨 응급 상황임에도 경기 운영 기준이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폭염 경보 속 생존권 호소”…한국프로축구선수협, 혹서기 보호책 호소→제도 개선 촉구 / 연합뉴스
“폭염 경보 속 생존권 호소”…한국프로축구선수협, 혹서기 보호책 호소→제도 개선 촉구 / 연합뉴스

WBGT 지수는 기온, 습도, 바람, 태양 복사열 등 환경 요인을 반영해 고온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다. 실제로 인조 잔디 구장은 한낮 체감온도가 40도에 이르러, 선수들이 벤치 아래로 몰려들고, 회복할 시간조차 없이 경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혹서기 경기 일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아마추어의 경우 천막과 선풍기만으로 더위를 견디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현장에서는 지난해 8월 여자 선수권대회에서 실제로 탈진 위기가 되풀이되는 등 심각한 안전 문제가 나타났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체력 이전에 생존이 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로 누적과 탈진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수협은 체계적인 온도 측정 기반 경기 운영, 혹서기 야간 경기 확대, 냉각 장비 및 회복 공간 상시 마련, 열 적응 훈련 의무화, 하프 타임 연장, 쿨링 브레이크 확대 등 다각도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선수권을 보호하는 실제적 방안이 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취지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더이상 경기력만을 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무엇보다 선수의 안전, 즉 생존권이 지켜져야 할 시대”라며, “국내 리그와 모든 대회 운영 방식에 대해 관계 기관과 함께 본격적으로 개선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한국프로축구선수협은 리그 운영진과 협회, 관계 당국과 손잡고 폭염 시즌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땀으로 얼룩진 그라운드 위에, 작은 휴식과 보호 장치가 선수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축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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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선수협#김훈기사무총장#wbg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