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큰절에 울음 삼킨 밤”…이만희 감독 50주기전, 세월 속 부녀의 잔상→가슴 먹먹한 감동
이혜영의 눈빛 속에 퍼지는 깊은 그리움이 시네마테크 KOFA 공간을 가득 메웠다. 반세기라는 세월의 강을 건너는 동안, 감독 이만희의 영화적 유산은 딸 이혜영의 기억을 타고 다시 살아났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의 삶과 그를 추억하는 딸의 진솔한 목소리에 객석은 어느새 묵직한 여운에 잠겼다.
오는 4일부터 13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이 개최하는 ‘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에서 배우 이혜영은 아버지 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들을 회상하는 시간에 나선다. 이혜영은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 상영 후 황민진 프로그래머와 함께 구술 낭독 행사를 열어, “아버지는 신념의 사나이였고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회상과 함께, 소실된 작품을 향한 아쉬움과 현존 영화의 의미를 절절히 전했다.

이어 이혜영은 “이만희는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완성돼가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관심이 고전영화에 닿기를 바랐다. 그녀는 이번 회고전이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 고전 영화에 대한 시선 확장”으로 남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50여 편 작품으로 ‘천재 감독’, ‘장르의 개척자’라 불린 이만희 감독을 조명하는 기획전에서는 ‘04:00 -1950-’, ‘군번없는 용사’의 4K 심화 복원판이 공개된다. 또한 ‘암살자’, ‘0시(영시)’ 상영과 함께, 시나리오 작가 백결, 감독 김지운과 오승욱이 특별 대담과 시네토크를 진행해 영화 팬들에게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다.
이혜영이 영화 ‘파과’에서 노년 여성 킬러의 얼굴을,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13년 만의 무대를 선보인 의미가 겹쳐지며, 이번 회고전에서 아버지와 딸이 남긴 흔적은 세대를 뛰어넘는 울림으로 남았다. ‘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에 관한 자세한 일정은 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