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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장치도 한계 있다”…자궁외임신 사례가 던진 의학적 숙제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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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내 장치(IUD)로 알려진 피임기술이 높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예기치 못한 합병증 사례를 드러내면서, 기존 여성 건강관리에 새로운 과제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20대 여성이 호르몬이 없는 구리 IUD를 시술받은지 18개월 만에 자궁 외에서 임신이 이뤄지는 ‘자궁외임신’을 경험했다. 업계는 이번 사례를 두고, 아무리 최신 피임기술도 완벽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개인별 맞춤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주목하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사례에서 사용된 구리 IUD는 자궁 내에 삽입돼 구리 이온 방출로 정자의 생존과 운동성을 억제, 통계적으로 99% 이상 임신 예방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드물게 장치 삽입 후에도 임신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중 ‘자궁외임신(ectopic pregnancy)’은 수정란이 자궁 이외의 부위(주로 난관 등)에 착상하는 중대한 부작용으로 꼽힌다. 자궁외임신은 방치할 경우 여성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필수다.

이 사건에서 의료진은 증상 발생 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위험성을 빠르게 진단하고, 약물치료와 수술, 자연적 임신 종료 관찰 등 치료 옵션을 환자에게 제시했다. 환자는 수술 대신 약물 투여를 선택해 단기간 내 치료를 마쳤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환자 본인과 의료진 모두 정기 검진과 임신 가능성 평가, 사소한 이상 증상에 대한 적극적 모니터링이 필수적임이 확인됐다.

 

국내외 여성 건강 시장에서는 IUD 등 장기 피임기술의 편의성, 비용 효과, 재사용성에 주목해 도입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IUD 삽입율은 유럽, 북미,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빠르게 증가해왔다. 한편, 일부 연구에서는 1,000명 중 1명 수준으로 IUD 사용 중 임신이 일어날 수 있고, 이 경우 자궁외임신 비율도 비사용군 대비 다소 높아진다는 데이터가 보고되고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 미국 CDC, WHO 등은 환자 교육 및 부작용 모니터링을 IUD 시술 필수 단계로 제시하며, 상황별 정기 검진 권고에 나서고 있다. 국내 식약처 역시 IUD 부작용에 대해 사전 설명과 사후 조치 매뉴얼을 확립 중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장치 이상 감지 센서 등 헬스케어 IT와 연계한 안전관리 기술 개발도 시도된다.

 

전문가들은 "고효율 장기 피임장치도, 남성과 여성 모두 주기적인 건강 점검과 증상 인지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중대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피임기술 발전 못지않게 환자 교육, 안전 생태계 구축, 의료진-사용자 간 인터페이스 고도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환자 경험이 피임기술 시장 성장뿐 아니라, 여성 삶의 질·사회 인식 변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기술의 속도보다, 산업 구조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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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장치#자궁외임신#피임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