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영웅 시구”…김두만, 현충일 두산전 마운드→전우 손자와 감동 연출
구순을 넘긴 전쟁 영웅의 등장에 잠실구장이 술렁였다. 102회 출격이라는 전설적 기록의 주인공 김두만 전 공군 참모총장은 6월 6일 현충일,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전 시구자로 마운드에 섰다. 그가 흰 유니폼을 입고 걸어나오자 관중석에서는 경의와 박수가 쏟아졌다. 하늘의 영웅이 그라운드 위에 새로운 전설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김두만 전 총장은 현장에 서서 고 강호륜 장군의 손자이자 현직 F-15K 조종사인 강병준 소령과 나란히 시구에 나섰다. 강 소령이 홈플레이트를 지키고 김두만 전 총장이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던 모습은 98세의 노장에게서 다시금 느껴지는 담대함과 용기였다. 두 손의 떨림도 잠시, 소박한 투구 동작에 담긴 전장의 기억은 삼엄하게 이어졌으며, 관중들은 그 의미를 긴 박수로 받아들였다.

행사 직후, 김두만 전 총장은 두산 감독대행 조성환과 따뜻한 악수를 나누었고, 다시 한 번 관중을 향해 경례를 올렸다. 기록으로 남은 김 전 총장은 대한민국 최초 100회 이상 전투 출격, 을지무공훈장·은성충무무공훈장 수훈, 6·25 ‘10대 영웅’ 선정 등 오늘날까지 빛나는 이력의 소유자다.
강병준 소령은 2015년 공군 학군사관 42기로 임관해 현재 F-15K 파일럿이자 제11전투비행단 102대대 3편대장이라는 직함으로 대한민국 영공 수호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이 더욱 뜻깊었던 이유다.
시구에 앞서 잠실 구장 상공에서는 F-15K 전투기 4기가 낮게 선회하며 올려다보는 모두에게 현충일의 묵직한 의미를 더했다. 박수와 함성, 그리고 침묵이 교차하는 순간, 경기장은 역사의 무게와 감동으로 가득 찼다.
두산 베어스는 전쟁 영웅의 시구와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6·25전쟁 영웅들에게 감사와 존경,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새겼다. 이 날 현장에 함께한 이들에게 아로새겨진 장면은 한동안 잊히지 않을 풍경이 될 듯하다.
잔잔한 여운이 감도는 잠실 야구장의 그라운드에서, 체온이 낮은 초여름 바람 사이로 묵직한 사명과 역사적 기억이 스며들었다. 경의와 감사, 그리고 조용한 추모가 함께 흐른 이 기록은 6월의 현충일이 팬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특별한 하루임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