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 독점 해제”…삼성·애플, AI 신생태계 여나
구글 검색 엔진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독점적으로 탑재되는 구조가 해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 법원이 최근 구글의 검색서비스 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1심 판결에서,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매각 또는 제조사 대가 지급 중단은 불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삼성과 애플 등 대형 제조사는 구글 이외의 검색·AI 서비스를 추가로 기본 탑재할 수 있는 진입로를 얻으며, 빅테크 간 주도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4일(미국 시각) 워싱턴 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불법적 제한을 가하는 데 사용하지 않은 핵심 자산 분할을 요구한 정부 주장은 과도하다”며, 자산 강제 매각 없이도 시장 경쟁 환경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삼성·애플 등은 그동안 구글 검색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해 받은 대규모 수익 체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2022년 한 해에만 약 200억 달러(27조 원 규모)를 구글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집계된다. 만약 이번 판결이 달랐다면 양사 모두 상당한 수익 감소에 직면할 수 있었다.
애플의 사파리, 삼성 갤럭시의 기본 브라우저 등 대부분 주요 기기에서 구글 검색이 기본 엔진으로 탑재돼 왔다. 다만 법원이 이번에 구글만을 탑재하는 독점적 계약을 금지함에 따라, 비용이 ‘독점 대가’로 지급되는 관행은 공식적으로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또한 구글은 경쟁사들과 일부 사용자 검색 데이터 공유 의무도 부여받았다.
특히 이번 판결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구글 중심의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MS·오픈AI 등 대체 검색·AI 서비스까지 자유롭게 선탑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시장이 글로벌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삼성과 애플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구할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오픈AI와 협력해 아이폰에 챗GPT를 통합했다고 발표했다. 구글 역시 AI 챗봇 제미나이와의 통합 협력을 애플과 논의 중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당장 구글 검색의 지배력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탑재할 선택권을 확보한 점에 의미를 둔다. 경쟁사 입장에서도 삼성·애플 기기에 진입할 전략적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법원은 구글의 광고 데이터는 경쟁사와 공유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일부 사용자 검색 데이터의 제한적 개방이 향후 AI·검색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며, “기존 구글 중심 생태계에서 다양한 AI 서비스가 공존하는 다원적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새로운 검색과 AI 서비스의 실사용 확대, 그리고 향후 경쟁격화가 실제 시장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