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지정학 충돌”…달러 약세 속 유가·금값 급등세→미중·러 우크라 갈등 확산에 불안 증폭
뉴욕의 정적 속, 전 세계 금융시장의 맥박이 새로운 소리에 귀 기울였다. 달러 인덱스가 0.6% 하락하며 98.67을 기록한 밤, 경제의 심장은 덜컥거리는 불안 속에서 파장을 거듭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US스틸 공장에는 무거운 철의 울림이, 그리고 워싱턴과 베이징, 모스크바에서 불어오는 격렬한 바람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 발표는 세계를 한순간 수렁 속 긴장으로 끌고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오는 6월 4일을 기점으로 예고된 변화에 시장은 숨을 죽였다. 관세 인상은 철강산업의 고장인 피츠버그의 기억을 고스란히 불러오며, 미중 간 새로운 무역전쟁의 기운을 짙게 드리웠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공세에 날을 세웠다. 제네바 합의 위반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강변에, 중국은 미국이 오히려 무역 질서를 훼손한다고 맞받았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대화가 임박했다고 밝혔지만, 고조되는 긴장 속에서 양국의 접점은 한층 모호해졌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치가 새로운 균열을 냈다. 2차 휴전 협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하자, 세계는 더욱 깊은 안갯속으로 진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하루 만에 2.85% 상승해 배럴당 62.52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 역시 그 뒤를 따랐다. 금값 또한 투자자들의 망설임에 기대어 온스당 3,397.20달러로 2.5% 뛰어올랐다. 국제 원자재 시장은 불확실성의 그늘 아래 출렁였다.
거센 바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캐나다 앨버타주 산불로 셰일오일 생산 차질 우려가 더해지며, 원유 시장에는 다시금 긴장이 부풀었다. 로이터는 이 여파가 유가 급등에 또다른 불씨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자니어메탈의 피터 그랜트 수석 금속 전략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 등 지정학적 요인이 위험회피 심리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의 시선은 미중 정상회담의 방향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다음 행보, 공급망 위기의 흐름에 쏠리고 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에게 신중함을 요구한다. 국제사회의 온갖 갈등은 금융시장을 계속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새로운 해법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오늘 하루의 불안은 내일의 변동성으로 다시 되울려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