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0선 10개월 만에 회복”…코스피, 외인·기관 쏠림에 폭넓은 랠리
긴 겨울을 지나 희미한 새벽의 온기가 번지듯, 유가증권시장이 2,720선을 다시 만났다. 5월 29일 코스피지수는 엔비디아의 압도적인 실적과 미국발 관세 이슈의 완화,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조심스럽게 어우러지며 10개월 만의 정점에 다다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89% 오른 2,720.64로 견고하게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가 이끌었고, 하루 동안 9,788억 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9,961억 원 어치를 내놓았으나, 외국인이 2,952억 원, 기관이 6,836억 원을 나란히 사들이며 시장의 무게추를 굳건히 잡았다.

섹터별로 증권업종이 무려 11.24% 오르며 무대를 뒤흔들었고, 건설주와 화학주도 각각 4.57%, 1.82%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1.92% 올라 21만 원선을 회복했고, 삼성전자 역시 0.36%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에너지솔루션, 한국전력, 하이브 등 일부 주요주는 약세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는 창업인 진 모 씨 관련 금융감독원 조사 소식에 2.51% 내렸다.
증시 전체의 활기는 압도적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943종목 가운데 751개, 무려 80% 가량이 이날 푸른 기운을 띠었다. 코스닥 또한 1.03% 상승하며 736.29에 마감, 이차전지·바이오주 동반 강세가 힘을 실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오름세를 리드했고, 알테오젠과 HLB, 펩트론 등도 나란히 상승했다. 하지만 일부 바이오 종목은 하락으로 마감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이같은 증시의 랠리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심장인 엔비디아가 불을 당겼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 발표로 전 세계 투자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동시에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호관세 추진에 제동을 건 점이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을 누그러뜨렸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0.8%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제시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도 시장에 고요한 파동을 일으켰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에 제동이 걸리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로 코스피가 상승했다”는 견해를 남겼다.
서울 외환시장은 1,375.9원으로 전날보다 0.6원 소폭 내리며 환율 안정 흐름을 더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도 각각 10조8,750억 원, 5조3,300억 원을 기록해 투자 온기가 시장 구석구석을 채웠다.
5월의 끝자락, 증시 곳곳에 번진 이 친화적 변동성은 소비자와 기업, 투자자 모두에게 새로운 호기를 예고하고 있다. 다가올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다음 행보까지, 투자자는 다시금 변동의 흐름 안에서 기민한 시선과 섬세한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할 순간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