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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경 눈물을 삼킨 밤”…특종세상, 굴곡진 삶 고백→가장으로 버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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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경 눈물을 삼킨 밤”…특종세상, 굴곡진 삶 고백→가장으로 버틴 시간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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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조명을 가르던 무대, 서주경의 낮은 목소리에는 담담한 온기와 지난 시간이 녹아 있었다. 한때 당당함 아래 숨겨진 고통과 두려움, 스물아홉 젊은 시절의 낯설고 아픈 고백이 ‘특종세상’을 통해 다시 조용히 스며들었다. 불현듯 찾아온 하혈과 이유 없는 환청, 그리고 뿌연 앞날 속에도 서주경은 쉽사리 노래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의 마음을 짓누른 것은 끝모를 불안과 외로움이었지만, 신내림이라는 운명 같은 장면 앞에서도 음악을 향한 손을 놓지 않았다.  

 

서주경은 스스로도 원하지 않았던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됐지만, 그 길 한복판에서 간절하게 소망한 것은 단 하나, 자신을 노래하게 해달라는 기도였다. 예지몽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꿈을 기록하고, 자꾸만 깨어나던 새벽의 고통 속에서도 서주경이 붙든 건 오직 자신의 목소리였다. 가혹한 운명을 마주쓴 순간에도 그녀는 삶과 노래, 둘 중 하나를 결코 떼어놓을 수 없었다는 진심을 내비쳤다.  

“신내림 받은 순간”…서주경, 희소병 고백→아들 위해 버틴 사연
“신내림 받은 순간”…서주경, 희소병 고백→아들 위해 버틴 사연

병마와의 싸움도 결코 짧지 않았다. 약 30년을 함께해온 다낭성 신장 증후군은 매달 한 번씩 돌아오는 정밀 검사라는 현실을 안겼다. 건강하지 않은 장기와 4기 중 3기에 이른 병세는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 무대일지 모른다는 각오도 곁들였다. 후천적 무관심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선천적 한계에 대한 담담한 인정. 그럼에도 서주경은 무대에서만큼은 늘 온 마음을 다해 또 하루를 살아냈다.  

 

가족을 둘러싼 사연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대학 교수였던 전 남편과의 이혼, 이후 혼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길을 조용히 걸어왔다고 말했다. 집은 달라도 5분 거리에서 늘 소통하며, 스스로 지병을 안고 있는 만큼 아들을 위한 대비 역시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혼자가 아니기에, 때론 더욱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과 버팀의 시간을 서주경은 차분히 전했다.  

 

깊었던 어둠도 완전히 빛을 가릴 순 없었다. 서주경이 목소리로 안겨온 진심, 묵묵히 내면의 시간을 견뎌온 일상이 화면을 타고 느리게 시청자의 가슴을 두드렸다. 삶이 지치는 밤에도 노래로 다시 어깨를 세우는 그녀, 아픈 고백을 공유하며 서로의 손을 잡길 바라는 마음이 오랜 여운을 줬다.  

 

서주경의 내러티브와 희생, 버팀의 시간은 29일 밤 ‘특종세상’을 통해 깊이 있게 조명됐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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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경#특종세상#희소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