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포도당 선택 반응”…KAIST, 장-뇌 회로 밝혀 대사질환 치료 실마리
뇌가 체내로 흡수된 여러 영양소 중 오직 포도당 신호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규명됐다.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팀은 공복 상태 동물 실험을 통해, 소장에 유입된 포도당이 ‘장-뇌 회로’를 거쳐 뇌 특정 신경세포를 자극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회로는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스트레스 반응 세포(CRF 뉴런)’와 직결돼 포도당 존재를 초 단위로 인식한다.
연구진은 광유전학 기법으로 뇌 신경활성을 실시간 추적해, 쥐 모델의 소장에 D-글루코스(포도당)·아미노산·지방 등 주요 영양소를 각각 투여하며 반응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상하부 시상핵(PVN) 내 CRF 뉴런이 포도당에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고, 타 영양소에는 반응하지 않거나 반대로 억제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 신경회로는 소장의 포도당 감지 신호가 척수신경과 ‘등쪽 외측 팔곁핵(PBNdl)’을 통해 PVN에 닿으며, 아미노산·지방 등 다른 영양소는 별개 경로(미주신경)로 전달됐다.
또한 공복 생쥐에서 해당 뉴런 기능을 광유전학적으로 억제할 경우, 포도당에 대한 선호가 사라졌다. 이는 이 회로가 실제 영양소 선택 행동에도 핵심적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해당 연구는 기존 장내 총열량 정보에 의한 식욕조절 이론을 뛰어넘어, 특정 영양소에 대한 뇌의 특이적 감지·선호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유사 기능 뉴런이 초파리 등 곤충에서 존재가 보고된 바 있었으나, 척추동물에서 포도당 선택적 장-뇌 회로의 존재와 경로, 그리고 구체적 신경세포·회로 간 연결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와 의학계는 이번 결과가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 타깃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해당 회로가 식이조절 과정 및 약물·행동 치료의 맞춤형 설계에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다.
한편, 이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바이오및뇌공학과·이승희 교수팀,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공동 연구로 이뤄졌으며, 향후 아미노산·지방 등 타 영양소에 작동하는 유사 장-뇌 회로의 존재와 상호작용 메커니즘 탐색으로 확장된다.
전문가들은 “뇌의 포도당 감지 경로가 체중조절·혈당관리 등 대사질환 치료법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정밀신경조절 기반 맞춤 치료 시대 개막 가능성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