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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선전 방송 중단 맞불”…국정원, 북한 대남 방송 중지에 대응
정치

“남북, 선전 방송 중단 맞불”…국정원, 북한 대남 방송 중지에 대응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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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체제 선전 방송 중단을 둘러싸고 대립하던 국정원과 북한이 동시에 물러서는 모양새다. 국가정보원이 50여년간 유지해온 대북 라디오·TV 방송 송출을 새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전면 중단하면서, 남북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교착 국면에 진입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달 들어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 자유FM, 케이뉴스, 자유코리아방송 등 대북 라디오와 TV 방송 송출을 일괄 중단했다. 대북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정부가 북한의 대남 방송 운영 중단에 대응해 대북 방송을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22일 밝혔다. 이러한 결정에는 “극심한 체제 대결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미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공식 선포했다. 당국은 통일·동족 개념을 사회 전반에서 제거하고, 대남 부서와 선전매체도 전면 폐쇄했다. 실제로 북한은 ‘통일의 메아리’와 ‘평양방송’ 등 모두 14개 대남방송 주파수 송출을 지난해 1월부터 중단했다. 또한 ‘우리민족끼리’, ‘려명’ 등 선전 웹사이트 9개와 해외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모두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남측의 대북 방송을 중단한 것은 남북 모두 상대를 겨냥한 선전 활동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 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역대 진보정부에서조차 방송 시간과 메시지만 조율하던 수준에서, 이번 사안은 전면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KBS와 군이 운영하는 대북 방송만이 일부 남아 있으나, 국정원의 직접 운영과는 성격이 달라 향후 존속 여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민간 대북 방송 활동가들은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 제공을 멈추는 결정이 유화 제스처로 활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활동가는 “정부가 북한 체제의 정보 차단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중단에 대응하는 상응 조치이며, 선제적 유화 메시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방송은 이미 영향력이 미미한 반면, 남측의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의 정보 창구라는 점에서 이번 중단 조치가 동등하게 평가되기 어렵다는 전문가 평가도 제기된다. 북한이 ‘두 국가론’ 확산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와 통일부 부처 명칭 조정이 ‘두 국가’ 인식을 확산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편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기존 대북 심리전 방송 조직은 안보 위협 탐지, 조기 경보, 그리고 글로벌 공감대 확산 등 새로운 임무로 조직을 재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치권과 여론은 남북 선전 방송 전면 중단이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지, 혹은 체제 분리 심화의 길로 접어드는 변곡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남북 정보전 대응 방향과 외부 정보 제공 개선책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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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대북방송#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