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낯선 낙원의 유혹”…비치 속 집착의 현실→손끝까지 번진 공허함
찬란한 햇빛과 푸른 파도, 세상과 단절된 듯한 환상의 공간은 늘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자극한다. ‘영화가좋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빛나는 청춘과 덧없이 스며드는 고독을 품은 영화 ‘비치’를 통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떠도는 젊은 영혼의 초상을 진하게 그려냈다.
관광객이 가득한 도시에서 벗어나 낯선 대지와 미지의 파도에 자신을 던진 ‘리차드’는 어느 소설의 주인공처럼 막연한 자유를 갈망했다. 그 갈망은 대니 보일 감독 특유의 생생한 연출과 함께, 혼돈에 휩싸인 리차드의 내면 풍경으로 확장됐다. 당시 조각 같은 외모와 서툰 어른의 행색이 절묘하게 섞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순수와 광기, 집착과 공허의 경계선에서 서서히 균열이 깊어지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섬에서 펼쳐지는 꿈같은 시간들은 낯선 이국의 매혹적인 빛으로 가득했으나, 이방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외로움은 점차 적막한 안개처럼 화면을 잠식했다. 틸다 스윈튼, 비르지니 르도엥 등 강렬한 존재감의 배우들이 더해져, 그 섬이 결코 유토피아만은 아님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이처럼 ‘비치’는 무작정 도망쳐온 일상 너머에서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진실을 섬세히 직조해냈다.
현실을 밀어낸 채 되풀이되는 유랑과 욕망, 그리고 그 흔적 앞에 남겨지는 쓸쓸한 여운은 깊은 사유를 안긴다. ‘영화가좋다’는 대니 보일 감독의 과감한 연출력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밀도 높은 연기를 재조명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나’의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10분, 영화 리뷰 프로그램 ‘영화가좋다’는 낯선 챕터와 숨은 명작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