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제도 개편 목소리”…NST, 연구현장 혁신 주문에 쏠린 눈
연구개발 핵심 기관인 정부출연연구원 운영제도의 전면 개편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진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정책기획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술 패권 경쟁 속 연구현장 혁신을 주문하며 PBS(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개선과 연구원 처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성과 중심’ 연구문화와 대형기술개발 촉진 방안이 산업혁신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진환 본부장은 출연연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뚜렷이 제시했다. PBS제도는 연구자가 국가 필요 기술 창출보다, 과제 수주에 몰두하게 만든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기존에는 연구과제별 예산 분할 배정에 따라, 연구자가 인건비와 연구비를 스스로 확보해야 했다. 이러한 구조는 대규모 융합 연구나 원천기술 개발보다, 단기 과제 위주 과당 경쟁을 유발했다는 평가다.

특히 PBS제도는 출연연 인건비를 100% 지원하지 않는 대신, 기관장 권한을 분산시키는 순기능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연구원의 동기를 약화시키고 대형공공기술 개발의 추진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이 본부장의 분석이다. “초창기에는 출연연 중심의 대형기술개발이 활발했지만, PBS 전환 이후 성과 규모가 줄었다”고 그는 진단했다. 실제로 대형 R&D 수주 경험이 감소하고, 체계적 성과 창출 역량이 약화됐다는 목소리가 기관 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장성과 연구환경 변화도 제도 변화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인력의 기업 이탈이 눈에 띄게 늘어나, 연간 퇴직자 200여 명 가운데 약 절반이 민간기업으로 옮긴다는 점이 연구기관 유지에 적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NST 조사에서도 출연연별 보수 편차와 낮은 인센티브가 우수 인력의 지속적 이탈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더해 “우수 연구자를 위한 파격적 보상, 전체적 처우 개선”과 “기관평가의 정량적·객관화, 평가시기 조정”에 대한 요구도 확대되고 있다.
해외 연구기관과 비교하면, 미국·유럽은 장기 프로젝트 및 대규모 기술개발에 연구비가 안정적으로 투입되는 환경을 구축 중이다. 국내 PBS제도 역시 단기 성과 경쟁에서 탈피해, 원천 기술역량 확충과 글로벌 기술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춰 제도 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근 정부와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PBS의 한계와 출연연 역할 재정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현행 제도는 연구자에게 불필요한 행정업무 부담을 지우고, 기관평가 역시 실효성 논란이 지속돼왔다. 전문가들은 “핵심 연구자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형식적 평가와 과다 행정력 소비 대신, 정량적 성과 지표를 바탕으로 한 평가 시스템 혁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계는 연구현장 제도 재설계가 실제 혁신 촉진·대형 과학기술 프로젝트 성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도 개선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술정책·인력정책·평가체계가 균형 있게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의 효율보다 연구환경의 질적 전환이 미래 성장의 열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