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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IP, 영화·웹툰으로 확장된다”…지스타, 대형 콘텐츠 행사로 변신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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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러티브 기술이 한국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다시 쓰고 있다. 지스타조직위원회가 13일과 14일 개최한 글로벌 게임 컨퍼런스 'G-CON 2025'는 게임 개발 핵심 키워드인 내러티브를 전면에 내세우며, 창작자 간 대담과 토론을 통해 게임 그 자체를 넘어선 산업 잠재력을 집중 조명했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웹툰,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등 여러 장르의 대표 창작자들이 대거 등장해 다양한 콘텐츠 융합과 IP 확장 사례를 공유, 업계 내에서 게임 경계 해소와 콘텐츠 제작 방식 변화의 분기점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지스타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게임업계 밖 창작자들의 참여다. 영화 '파묘', '명량', '극한직업'의 김태성 음악감독, '불한당' 변성현 감독, 웹툰 '무사만리행' 운 작가 등 각 장르 대표 인물들이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서사 구축 원리와 콘텐츠 협업 방식을 설명했다. 김태성 감독은 음악이 감정과 내러티브를 조직하는 핵심이라는 점을, 변성현 감독은 창작 현장에서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구조적 방법론, 지식재산(IP) 확장 전략을 현장 게임 개발자들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웹툰 '이노센트'의 사카모도 신이치, '죽음에 관해' 시니 작가 등도 만화·웹툰 기반의 스토리텔링 경험과 크로스오버 가능성을 전했다.

특히 올해 지스타 내 G-CON 세션 구조는 기존 신작 시연 위주 게임 쇼 장르 전통을 넘어, 핵심 게임 IP를 영화·웹툰·애니메이션 등 다른 미디어로 확장하는 구체적 성공 사례를 집중 다뤘다. 넷마블이 개발, 출품한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처럼 원작 치밀한 서사를 게임만의 해석으로 확장하는 형태는 IP 활용 방식이 단순 '원작 재현'에서 '멀티버스 창작'으로 진화했음을 보여 줬다. 최근 수년간 '일곱 개의 대죄',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웹툰·소설 원작 게임의 연이은 흥행이 국내외 콘텐츠 산업 경계 약화, 크로스플랫폼 전략 가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확장 움직임은 비단 게임업계 내부 실험을 넘어 한국 게임 생태계 구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게임 개발이 '완성된 게임 소프트웨어'라는 본질을 넘어 세계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로 파생·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능력이 점차 주요 경쟁력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외 콘퍼런스에서도 '발더스 게이트 3', '파이널 판타지' 등 글로벌 성공 게임들의 크로스미디어 전략이 공유되는 가운데, 국내 지스타 역시 멀티 IP 생태계, 내러티브 디자인, 컴포저블 콘텐츠 등 세계 추세에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

 

정책·산업 차원에서도 이런 흐름을 장기 발전 전략으로 삼는 분위기다. 지스타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개막식에서 "G-CON을 내년부터 더욱 확대, 게임뿐 아니라 음악, 영화, 웹툰 등 타 분야 창작자와 협업을 강화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쇼로 키우겠다"고 향후 청사진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스토리텔링·IP·멀티콘텐츠 제작 역량이 산업 성장 키워드로 부상한 만큼 향후 지스타가 단일 게임쇼를 넘어 국제 종합 콘텐츠 행사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변화가 실제 시장과 글로벌 IP 생태계에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게임을 둘러싼 기술 혁신, 내러티브 전략, 번들 IP 운영 기법 등이 어우러지며 한국 콘텐츠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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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g-con#게임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