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위기 속 기권승”…신네르, 0-2 뒤집으며→윔블던 8강 진출
긴장감이 경기장을 뒤덮던 순간이었다. 신네르는 위태로운 몸놀림 속에서도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예상치 못한 부상 변수 앞에서, 세계 1위는 고개를 숙인 채로 8강에 올랐다.
얀니크 신네르(1위·이탈리아)는 7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1위·불가리아)와 맞섰다. 이날 경기에서 신네르는 1세트 3-6, 2세트 5-7로 내주며 벼랑 끝까지 몰렸다. 3세트 역시 팽팽한 흐름에서 경합이 이어지던 중 예기치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디미트로프가 경기 도중 오른쪽 가슴 근육 통증으로 인해 더 이상 경기를 치르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신네르는 0-2로 뒤진 상황에서 기권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신네르는 경기 초반 넘어지며 오른쪽 팔꿈치를 다쳐 내내 고전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이어나갔다.
반면, 디미트로프는 기존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5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연이어 기권한 디미트로프는 이날 역시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를 중단했다. 주심과 악수할 때조차 손에 힘을 주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경기 종료 후 신네르는 떠나는 디미트로프를 깊이 배려하며 직접 코트 위에서 그의 가방 정리에 나섰다. 관중 역시 두 사람의 우정 어린 스포츠맨십에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신네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사실을 모두가 지켜보았다”며 상대를 위로했다. 이어 “오늘 제가 이긴 경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팬들과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순간”이라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네르는 올해 호주오픈 우승에 이어 윔블던 8강 진출로 또 한 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8강에서 맞설 상대는 벤 셸턴(10위·미국)으로,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신네르가 5승 1패로 우위에 있다. 신네르와 노바크 조코비치(6위·세르비아)가 나란히 8강을 통과할 경우, 두 선수는 준결승에서 운명의 대결을 치르게 된다.
올해 윔블던 남자 단식 8강 대진은 신네르-셸턴, 조코비치-코볼리, 알카라스-노리, 프리츠-하차노프로 확정됐다. 여자 단식에서도 사발렌카, 아니시모바, 시비옹테크, 안드레예바 등 톱 랭커들이 차례로 8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팔꿈치 부상을 안고도 포기하지 않는 신네르,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디미트로프의 모습은 스포츠가 지닌 본질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신네르의 8강 도전기는 현지에서 계속 이어지며, 팬들에게 또 한번 묵직한 울림을 남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