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전력교육 교재서 ‘담대한 구상’ 삭제”…국방부,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 흔적 지우기
안보 정체성과 대북 인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방부가 장병 정신교육 지침서에서 ‘담대한 구상’과 ‘내부 위협세력’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치권의 첨예한 입장 차가 재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광복절에 내놓은 대북정책까지 빠지게 되면서, 정권 교체 이후 군 교육체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14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3년 말 재발간돼 일선 부대에 보급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중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과 ‘내부 위협세력’을 설명한 부분을 삭제하고, 이에 대한 교육도 중단하도록 전군에 지시할 방침이다. 조만간 해당 취지의 공식 공문이 각 부대로 전달될 예정이다.

국방부 측은 “정부 정책 변화와 적절한 용어 사용을 폭넓게 고려한 결정”이라며, 담대한 구상은 현 대북 국면과 맞지 않고, ‘내부 위협세력’이라는 용어 역시 사전적 정의와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군 관계자는 “정신전력교육 교재 중 해당 내용은 앞으로 더 이상 교육 현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삭제 대상이 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중단을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교재에는 없던 ‘내부 위협세력’ 항목이 윤석열 정부 시절 대폭 확대·기술됐다. 현 교재에서는 “북한 추종세력은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의 3대 세습 등 각종 현실을 비판없이 수용한다”고 명시됐었다. 또, 북한이 남한 사회 내 지하당 구축에 힘써왔다는 점을 사례 중심으로 상세히 서술해 왔다.
교재 일부 내용이 국내외 논란이 된 바 있다. 2023년 말 배포됐던 교재는 독도를 영유권 분쟁지로 명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전량 회수됐다가, 여러 수정 과정을 거쳐 작년 8월 재발간됐다. 그러나 북한 추종세력 위협을 과장한다는 일각의 지적이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강대식 의원은 “간첩 등 내부 위협세력 교육을 실시하지 않으면 장병들의 대적관 형성이 약화될 것”이라며 “북한이 국가 분할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마당에, 나약한 평화론에 기댈 게 아니라 강한 국가관과 군인정신에 바탕을 둔 철저한 대북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북 적대관 약화가 안보 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국방부는 용어의 법적 근거와 정책 기조 변화를 우선 반영한 조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진보 성향 전문가와 일부 장병 단체는 남북 긴장 완화 국면에 맞는 신중한 접근이라는 입장이다.
국방부가 곧 전군에 해당 방침을 공식 하달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정신교육 방향 전환이 장병 안보의식, 군 내부 분위기 및 향후 남북관계 전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