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초49 한국신기록”…남자 400m 계주, 구미 정상 등극→사상 첫 우승 드라마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 울려 퍼진 환호. 네 명의 젊은 주자가 마지막 바통을 건네는 순간, 육상 트랙 위에는 서릴 듯한 정적과 동시에 용기 어린 질주가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멈출 수 없었던 열정과 단 0.02초의 도전이 한국 육상에 새로운 역사를 남겼다.
31일,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한국 대표팀이 사상 처음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서민준,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이준혁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38초4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한국 신기록과 동시에 아시아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경기는 한 치도 물러섬 없는 접전으로 압축됐다. 시작부터 치열했던 자리다툼에서 대표팀은 안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주력으로 태국을 0.29초 차로 따돌렸다. 최근 20일 전만 해도 새롭게 쓴 38초51의 한국 기록을 다시 뛰어넘으며, 지난해 방콕 대회의 종전 대회 기록까지 모두 눈앞에서 넘어섰다. 3위 홍콩은 39초10을 기록했고, 중국은 결승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번 금메달은 여러 겹의 의미를 품고 있다. 한국 남자 400m 계주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만 네 차례 이어오다 마침내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메달에 만족하던 선수들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의 신기록 경신과 함께 당당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이준혁은 대한육상연맹을 통해 "선수들이 단합해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강 일본이 없는 무대였지만, 이번 승리의 가치는 결코 퇴색되지 않았다. 트랙 위에서 증명된 실력과 흔들림 없는 팀워크,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10초대 초·중반의 100m 개인 최고기록을 지닌 젊은 피의 약진이 빛났다. 이준혁과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서민준까지 네 명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가능성을 쏘아올렸다. 이준혁은 "개인과 단체 모두 성장 중이다. 대회마다 한국 신기록 경신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같은 날 여자 400m 계주팀도 11년 만에 한국 기록을 새로 썼다. 강다슬을 비롯한 선수들은 값진 4위와 함께 "전성기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이 영광"이라며 각자의 꿈을 다시금 확인했다. 남자 창던지기에서는 파키스탄, 남자 장대높이뛰기는 필리핀이 각각 우승을 차지하며 각국 선수들의 투지 역시 빛났다.
한국 남자 400m 계주팀은 이번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토대로 새로운 비상을 예고하고 있다. 2026년 아시안게임, 이어질 국제무대에서 또다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힘차게 뛸 날들을 약속한다.
깊어진 어둠 아래 전광판에 남은 숫자. 미래를 향해 이어진 젊은 발걸음은 익숙한 기록의 벽을 다시 넘어섰다.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의 뜨거운 질주는 한국 육상의 새로운 꿈을 기록했다. 이 장면은 팬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긴 여운을 남기며, 트랙의 아침을 기다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