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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도 높은데 수가 낮다”…소아외과 전문의 기근, 차세대 의료 위기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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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도 높은데 수가 낮다”…소아외과 전문의 기근, 차세대 의료 위기 신호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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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정형외과 등 소아청소년 외과 전문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차세대 국민 건강 관리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소아 환자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중증도와 난이도에 비해 낮은 의료수가, 과도한 당직 근무, 고위험 의료소송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숙련된 전문의 유입이 줄고 있다. 업계는 “전국적으로 위중한 아이를 적시에 수술할 수 있는 의료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의료 접근성 양극화’가 의사 인력 수급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서는 소아 전문 외과계의 인력 절벽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소아 비뇨의학과, 소아마취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정형외과 등 각 학회 집계 결과, 2023년 기준 전국 관련 전문의는 347명으로 전체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5.5%에 불과하다. 특히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소아안과 전문의의 68%, 소아흉부외과 67%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반면 지방 주요 거점병원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한 명의 전문의가 퇴직하면 해당 지역 소아 의료서비스가 마비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소아청소년 외과계열의 기피는 의료보험 수가체계와 밀접하다. 고난도 수술일수록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소요되지만 수가 반영은 미흡하다. 동일 질환이어도 소아 환자는 체중, 생리적 특성, 마취 위험도가 높아 수술 과정이 복잡하지만, 성인과 동일하게 분류돼 인건비와 리스크가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다. 실제 소아마취 전문의는 전 국민 진료의 50% 이상을 담당하지만 전국에 19명에 그치고 있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장중첩증 등에서 ‘응급환자가 살 곳을 찾아 전국을 전전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격차 역시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소아 전용 병상과 복강경, C-arm 등 특수 장비 부족으로 수도권 이외 지역의 수련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현장 전문의들은 “수술실, 교육 인력, 장비가 미비해 신규 인력 양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위기감을 호소했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 의료행위별 위험도와 투입 자원을 세분화해 중증 소아청소년 수술 수가 개편에 나선다. 연령·중증도 기준 신설, 고위험 진료수가 별도 책정, 지역차별 수가 적용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근본적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전문의 고갈 및 지역 의료 공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순 진료비 보전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건강보험 외 저출산 대책 예산 활용 등 재정 구조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다. “소아청소년 의료는 인구구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시장에 온전히 안착하려면 인력, 제도, 인프라가 동반 상향돼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대책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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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외과#수가문제#저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