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랭커 총출동”…셰플러·매킬로이, US오픈 춘추전국→커리어 그랜드슬램 격돌
무게감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세계 골프 최고 기량과 역사가 오버랩되는 US오픈의 첫날, 모두의 시선이 잔뜩 모였다. 다가온 세 번째 메이저, 오크몬트의 초여름 들판에서 누가 역사의 한가운데에 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125회 US오픈이 1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156명의 골퍼가 참가해 7천372야드, 파70의 까다로운 코스를 나흘 동안 누비며 총상금 2,150만달러를 놓고 격돌한다. 찬란한 명예와 시즌 판도를 가르는 승부가 펼쳐질 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2위 로리 매킬로이의 만남은 단연 모든 이목을 모으고 있다.

스코티 셰플러는 마스터스에 이어 PGA 챔피언십까지 강인한 집중력으로 최근 4개 대회에서 3승, 한 번의 4위를 올렸다. 올해 메이저 연승을 이어가며 힘과 전략, 정교함을 한 데 갖춘 ‘파워랭킹 1위’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반면, 로리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제패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기세와 달리 최근 잇단 드라이버 반발력 이슈, 장비 교체의 혼란 속에서 성적이 다소 기복을 보이고 있다. PGA 챔피언십 공동 47위, RBC 캐나다오픈 컷 탈락은 그간 보여준 명성과 달리, 시험대 앞에 선 모습이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지난해 우승자 자격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서며, 올해 열린 두 차례 메이저에서도 상위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US오픈에는 디섐보, 욘 람,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필 미컬슨 등 메이저 우승 경력자들이 속속 출전하며 왕좌를 향한 치열한 다툼을 예고했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이 될 54세 미컬슨의 열정도 필드 위에서 녹슬지 않았다.
한국 골프의 자존심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 김주형도 참가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김시우는 쇼트 게임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골프채널 파워 랭킹 5위에 올랐다. 이들의 도전이 오크몬트 난코스를 어떻게 공략할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올해 대회장으로서 ‘유리알 그린’, 깊은 러프, 벙커와 배수로가 어우러진 극한 난도 코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2개 파5 홀 모두가 600야드를 넘고, 파3 8번 홀은 무려 289야드에 달한다. US오픈이 이곳에서 열리는 것은 열 번째로, 전통과 긴장감이 뒤섞인 역사의 무대다.
세계 최강자들 간의 명암, 넘치는 의지, 그리고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질 오크몬트. 결승 라운드가 다가올수록, 덥혀가는 필드의 공기와 팬들의 숨결까지 모두 한 겹의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US오픈이 끝나면 곧바로 이어지는 디오픈 챔피언십까지, 이번 US오픈 결과가 향후 시즌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편의 소설 같은 필드에서, 누구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지 기나긴 토너먼트의 행방은 오크몬트의 저녁하늘에 걸려 있다.
시선을 낮추고 주변을 바라볼 때, 위대한 승부의 숨은 이야기들이 드러난다. 대자연과 조용히 어우러진 골퍼들의 행보, 그리고 팬들의 묵직한 박수. US오픈의 새로운 장면은 6월 12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시작됐다. 이는 디오픈 챔피언십을 향한 새로운 여정의 서막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