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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미래 협력 강조”…이재명·이시바 ‘과거사’ 언급 속 차이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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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미래 협력 강조”…이재명·이시바 ‘과거사’ 언급 속 차이 드러나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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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의 오랜 갈등과 협력이 광복 80주년이라는 상징적 날에 다시 교차했다. 8월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각각 내놓은 경축사와 추도사는 양국이 과거사를 언급하면서도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이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민감한 징용, 위안부 문제에는 직접 언급을 삼갔으나, “일본은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미래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다음 주 일본 방문을 예고하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 외교를 통해 (일본 정상과)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날 일본 정부가 주최한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3년 만에 ‘전쟁의 반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의미를 뒀고, 그간 보수 정권에서 희박했던 진전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침략’이나 ‘가해’ 등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 등은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이래 명시된 표현이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중단됐다가 다시 언급된 점에 주목했다. 닛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아시아’라는 지역적 책임 언급도 피했다고 분석했다. 참의원 선거 패배로 퇴진 압박을 받는 가운데, 평소 반전을 강조해 온 이시바 총리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국 정상의 발언은 정치권에서도 주목받았다. 한국 내 일부는 일본의 구체적 사과 언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일본 내 야권 역시 이시바 총리의 ‘침략’ 회피를 문제 삼았다. 전문가들은 “정상 간 상호 신뢰의 시그널이지만, 미래 세대 간 역사 논의는 여전히 한일 관계의 숙제로 남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내주 일본에서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협력적 기조를 유지할지, 또는 일본 내 우익 성향 정당의 부상과 이시바 총리의 퇴임 가능성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나선 참정당 의원 18명과 함께,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등 잠재적 차기 총리 후보들도 주목받고 있다.

 

양국 정치권은 한일관계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기 내부 변수와 압박을 안은 채, 미래지향적 대화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외교 라인은 “협력과 신뢰 회복 논의가 가속화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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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시바시게루#한일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