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서 부드러워지는 바늘”…KAIST, 의료용 가변강성 기술 혁신

체내 환경에서 부드러워지는 주사바늘 신기술이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작업 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 정재웅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가변강성 정맥주사바늘’ 기술은 체온에 반응하는 소재를 활용해, 상온에서는 딱딱하고 체내에 삽입되면 부드러워지는 성질을 가졌다. 기존 바늘이 불가피하게 야기했던 혈관벽 손상, 정맥염 등 합병증을 줄이고, 의료 종사자 찔림 사고까지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개발을 “환자 안전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정재웅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액체금속 갈륨의 상변화(고체→액체) 특성을 활용해, 상온에서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수준의 강성을 지니다가 인체 체온에 노출되면 생체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움으로 전환되는 점이 핵심이다. 주사 후 상온 보관시에도 주사침이 유연한 상태를 유지해, 의료진이 겪는 바늘 찔림 사고와 바늘 재사용에 따른 감염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금속 주사바늘 대비 환자의 움직임 자유도를 높여 물리적 손상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이 기술은 정맥주사에 동반됐던 국소 조직 손상, 혈관염 등 합병증 감소 효과뿐 아니라 의료진의 안전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 후 바늘이 체온 영향 하에 유연성을 갖기 때문에, 일선 병원과 현장에서 마주하는 찔림사고 및 혈액 매개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 또, ‘나노박막 온도센서’가 추가 탑재돼, 주사 중 약물이 혈관 밖 조직으로 누출될 경우 즉각적으로 주위 온도 변화를 감지해 의료진에게 경보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 육안과 경험에 의존했던 약물 누수 여부 판단이 실시간 진단 수준으로 진보했다.

글로벌 의료 현장에서는 주사바늘 관련 감염과 사고가 1차적 환자안전 이슈로 꼽혀왔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보건기관은 주사바늘 재사용과 찔림사고 감소 기술을 의료 안전 혁신의 핵심 영역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8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의 표지 논문 선정으로도 과학적 독창성을 입증했다.

최근 미국·유럽 등에서는 일회용 바늘 기술 고도화와 스마트 주사기 개발 경쟁이 진행 중이지만, 체온 기반 가변강성 기술의 실제 상용화 도전은 한국이 선도하는 모습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금속 재질이 가진 안전 문제와 실사용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현장 수요가 높다”고 평가했다.

가변강성 및 실시간 감지 기능을 갖춘 의료기기 현장 도입에 있어 식약처 등 각국 규제기관의 안정성·효능 평가가 관건이지만, 정부와 병원, 연구기관이 협력해 새로운 인증 체계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정재웅 교수는 “기존 딱딱한 의료 바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점, 그리고 찔림이나 재사용에 의한 감염 위협까지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의의가 크다”며 “기술 상용화로 환자·의료진 모두의 안전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신기술의 실질적 시장 안착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