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외교 사안, 국내 정치에 이용…MBC 제소 사과한다”…조현 외교장관, 외교부 과오 공식 사과
정치

“외교 사안, 국내 정치에 이용…MBC 제소 사과한다”…조현 외교장관, 외교부 과오 공식 사과

한채린 기자
입력

외교 정책과 언론 소송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이재명 정부 첫 외교당국 수장으로 임명된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공식 사과를 내놓으며, 외교 현안의 국내 정치화와 ‘바이든 날리면’ MBC 제소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의 과오를 직접 언급하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외교부를 대표해 사과를 전했다.

 

조현 장관은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우선돼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도 있었다.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도 끝까지 ‘올인’했다”며, 윤석열 정부 시기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내놨다. 특히 “우리가 MBC를 제소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고 밝힘으로써 ‘바이든 날리면’ 논란 이후의 정부 대응 방향에 변화를 시사했다.

이어 조 장관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직후, 전직 대통령에 의한 민주주의 전복 시도까지 있었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는 이전 정부 탓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며,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확실히 바꿔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조 장관은 향후 외교 기조에 대해 “지정학적 불안과 긴장이 심화되는 이 시기에 한반도 평화 정착이 최우선 과제”라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한과의 대화 채널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단계적, 실용적 접근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요 주변국과의 관계 발전과 외교 다변화 의지도 피력했다.

 

외교부 내부 혁신에 대해서도 “상사 입장이나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것이 곧 아첨”이라며,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불필요한 문서와 격식은 줄이자고 제안했다.

 

한편 조현 장관은 미국 방문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를 미측과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관세 협상은 흔히 ‘제로섬’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경험상 ‘논 제로섬’의 윈윈이 가능하다”며 실용적 외교의 방향성을 밝혔다. 대일 외교와 관련해서는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며, 단순한 소망이나 압박만으로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조 장관의 전향적 사과와 개혁 의지를 두고 긍정적 반응과 함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 장관은 외교부 1·2차관을 역임한 직업 외교관으로 다자·통상외교에 밝은 인물이다.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야당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동참하며 협치 기대감을 높였다.

 

조 장관의 취임사에 따라 외교부는 한반도 평화와 실용적 외교 재정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곧 있을 관세 협상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채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조현#외교부#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