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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바닷길, 횃불 든 가족들”…‘무창포 신비의바닷길축제’에 모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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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바닷길, 횃불 든 가족들”…‘무창포 신비의바닷길축제’에 모이는 사람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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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바닷길을 걸으며 소원을 빌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예전에는 낯선 체험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가족과 연인, 친구가 함께 바다의 기적을 만나는 작은 축제가 일상의 일부가 됐다.

 

보령 무창포 해변에서 펼쳐지는 ‘무창포 신비의바닷길축제’는 해가 저물 무렵부터 바닷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시작된다. 미지의 바닥이 환히 열리는 순간, 많은 이가 횃불을 들고 갯벌 위를 걷는다. SNS에 올린 바닷길 횃불 체험 인증샷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추억 중 하나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던 부모와, 그 조개에 소원을 적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친다. 직접 살아 움직이는 전어와 대하를 쫓고, 손끝으로 바다의 생명을 느끼는 맨손 물고기잡기 체험도 놓칠 수 없다.

바닷길 횃불체험부터 조개소원적기까지…‘무창포 신비의바닷길축제’ 충남 보령서 열린다
바닷길 횃불체험부터 조개소원적기까지…‘무창포 신비의바닷길축제’ 충남 보령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가족 단위 방문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는 보령시 자료가 눈길을 끈다. ‘씨푸드 쿠킹클래스’, ‘조개캔들 만들기’ 같은 체험 부스에는 돌봄과 놀이, 추억이 동시에 쌓인다. 지역 특산품과 머드화장품, 어부동상 퍼포먼스 등도 세대를 넘어 모두가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바닷길 축제의 본질을 ‘경험의 공유’라고 말한다. 한 지역의 자연이 주는 특별한 순간을 직접 걷고, 만지고, 맛보는 과정이 삶의 리듬을 바꾼다는 것. 트렌드 분석가 신수아는 “축제란 단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감각과 가족, 연대감을 다시 발견하는 계기”라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랑 바닷길 걷다 보니 어릴 적 아버지 손 잡고 다닌 바다가 생각났다”, “축제 끝나고도 조개목걸이에 적은 소원을 아직 지갑에 넣고 다닌다”는 사연이 많다. 나이와 상관없이,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은 모든 이에게 감정의 물결을 남긴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이 축제의 선택에는 새로운 가족의 방식과 현대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휴식, 감정을 회복하는 의미가 있다. 바닷길에 직접 내딛는 한 걸음, 소원을 적은 조개목걸이, 노을 아래의 공연이 서로 다른 삶을 잇는다. ‘무창포 신비의바닷길축제’는 단지 관광이 아니라, 우리가 바람처럼 스미는 작은 행복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보여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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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신비의바닷길축제#보령#바닷길횃불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