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데이터로 K-AI 개발”…크래프톤, SKT 컨소시엄서 AI 경쟁력 입증
게임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AI 생태계의 새로운 경쟁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래프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SK텔레콤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며, 게임 산업 노하우와 AI 핵심기술 접목으로 파급력이 클 것이란 분위기다. 업계는 AI 대형 언어모델(LLM) 분야에서 K-AI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된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SK텔레콤, 포티투닷, 리벨리온 등 기업들과 서울대 산학협력단, KAIST 등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 AI 컨소시엄에서, 자사 게임 데이터 수집·가공 역량과 게임 특화 소형언어모델(SLM)·에이전트 개발 구간을 전담한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CPC(Co-Playable Character)’ 기술이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CPC는 온디바이스(단말 내 탑재) SLM 기반의 AI 캐릭터로, 기존 NPC와 달리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자율적 판단·실시간 소통·개인화된 게임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기술 측면에서 크래프톤은 강화학습·음성인식(STT/TTS)·3D비전 등 다양한 AI 코어 기술을 자체 게임에 적용 중이다. 배틀그라운드의 ‘강화학습 기반 AI 봇’, 인조이(inZOI)의 ‘프롬프트 커스터마이징’ ‘이미지→3D 자동 변환’ 등의 기능이 대표적이다. 자체 TTS·LLM 연동 NPC, 텍스트→텍스처 생성까지 다중 모달 AI도 실전 적용 단계에 들어섰다.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오락(Orak)’ 벤치마크로 AI 에이전트의 게임 내 상황 판단력을 정량 분석하는 체계도 갖췄다.
크래프톤의 딥러닝 본부는 2023~2024년 세계 3대 AI 학회(NeurIPS, ICML, ICLR)에 38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며, 국내외 AI R&D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강욱 본부장이 이끄는 팀은 강화학습응용·다중모달 벤치마킹·확산모델 학습 등 원천 연구에서 글로벌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LLM·파운데이션 모델 관련 논문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NeurIPS 2023에서는 국내 게임사 중 최다 논문 발표 기록을 세웠고, ICLR 2024에서는 논문 3편이 ‘스포트라이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K-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는 AI 특화 데이터셋과 실제 서비스 적용력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게임에서 축적한 방대한 행동 데이터와 실전 적용 경험, 논문 검증 우위를 앞세워 차별화된 국산 언어모델 생태계 구축을 노린다. 다만 AI 대형모델 국산화에는 데이터 활용 규제, 서비스 확장에 대한 정부의 산업정책 등 난제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게임·콘텐츠 분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K-AI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주목할 만한 차별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실제 산업과 융합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술 도입보다 산업 정체성 확보, 데이터 활용 윤리 등 다층적 균형이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