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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원의 꿈 대신 당첨 통계만 남았다”…연금복권 720, 당첨 없는 회차에 쏠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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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원의 꿈 대신 당첨 통계만 남았다”…연금복권 720, 당첨 없는 회차에 쏠린 관심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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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 연금복권을 사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매주 뉴스 밑자락에 걸쳐 있던 복권 결과지만, 지금은 일상의 작은 기대가 됐다. 9월 4일 공개된 연금복권 720 279회 추첨 결과가 화제를 모은 이유도, ‘1등 당첨자 없음’이라는 빈자리 때문이다.

 

이번 회차 1등 당첨번호는 1조 728822번이었지만, 해당 번호를 가진 1등 당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월 700만원을 20년 동안 받는다는 조건, 그리고 22%의 세금을 떼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546만원. ‘로또보다 당첨확률이 높다’는 말에 기대를 걸던 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등은 각 조 728822번으로 단 1명, 월 100만원을 10년간 받는 행운을 안았다. 보너스 번호 보유자도 없었다.

연금복권 720 279회 당첨결과
연금복권 720 279회 당첨결과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연금복권 720 1등 조 단위는 4번이 65회로 압도적 1위, 그 다음이 1번(61회)이다. 나머지 자리수별 당첨 빈도도 꾸준히 공개된다. 최근 커뮤니티에는 “뒷번호 전략으로만 사는 중”, “끝자리 2를 노려본다”는 복권 구매 후기가 쏟아진다. 연금복권 720+의 당첨확률은 1/5,000,000으로, 기존 로또보다 1.6배 가깝게 높다는 점도 ‘나와 남의 당첨번호’ 분석에 불을 붙였다.

 

“당첨만 되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아서 매주 산다”는 직장인 김모(39)는 “가족끼리 뒷번호 맞추기 놀이도 하고, 매번 결과를 보며 작은 즐거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서울 한 복권 판매점 주인은 “추첨일 저녁이면 번호 분석지 들고 오시는 단골 손님들이 있다“며 “최근에는 실수령액까지 꼼꼼히 따지는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복권 열풍을 ‘조금은 현실적인 희망’에서 찾는다. 소비트렌드 분석가 윤아현은 “눈앞의 10억보다는 매달 꾸준히 받는 연금 복권 구조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안정을 자극한다”며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미래의 소확행을 꿈꾸는 감정의 배출구가 된 셈”이라고 해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매번 2등만 한 명 나오는 건 신기하다”, “당첨 통계라도 분석해서 내 번호 한 번 만들어본다” 등, 이제 복권 추첨 결과는 한 회의 승부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작은 이벤트가 돼가고 있다.

 

당첨은 누군가에겐 아주 먼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누군가는 또 ‘1등 번호’를 기웃거리며, 언젠가 웃을 수 있는 행운을 기다린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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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복권720#당첨번호#279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