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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첫 앨범, 아픔과 영광 55년의 시간”…학전, 복각 LP로 부활→유산 보존의 새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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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첫 앨범, 아픔과 영광 55년의 시간”…학전, 복각 LP로 부활→유산 보존의 새 항해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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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닮은 목소리와 치열한 시대의 흔적이 다시 한 번 세상에 울려 퍼진다. 김민기의 첫 정규 앨범 ‘김민기’가 55년 만에 오리지널 LP로 새롭게 재탄생한다. 단 한 번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간의 결이, 복각 바이닐을 통해 숨결처럼 살아난다.

 

학전은 먼저 “김민기”라는 이름의 무게를 무명보다 더 깊이 품은 앨범의 사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1971년 만 20세 청년 김민기는 그의 앨범을 내놓자마자 당국의 탄압과 금지에 부딪혔고, 음반은 즉시 회수됐다. 초판과 재판을 합쳐 고작 500장만 세상에 남았다. 이후 강제 폐기와 동반된 오랜 암흑기, 정식 LP의 추가 제작은 긴 세월 이루어지지 못했다. 오리지널 LP는 암암리에 거래되는 희귀품이자 한국 포크 음악사의 잊힌 보석이 됐다.

“김민기 첫 앨범 55년 만에 LP로”…‘학전’, 영원한 기록으로 다시 울린다→유산 보존의 새 출발
“김민기 첫 앨범 55년 만에 LP로”…‘학전’, 영원한 기록으로 다시 울린다→유산 보존의 새 출발

이번 복각 판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다. 학전 측은 1971년 오리지널 음반들을 여러 장 수집해 곡마다 상태가 가장 뛰어난 부분만을 엄선했고, 첨단 음원 복원 기술로 오롯한 김민기의 목소리와 연주를 끌어냈다. 당시 서울대 미대 선배들이 제작한 앨범 표지의 감성은 현재 디자인의 시선으로 조화롭게 재해석됐다. 표면적으로는 낡은 판이지만, 그 안에는 청춘의 울림과 절절한 메시지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수록곡에는 ‘아침 이슬’을 비롯해 ‘친구’, 그리고 오랫동안 심의로 왜곡됐던 ‘혼혈아’가 원곡명 그대로 담긴다. 더불어 김민기의 친필 악보와 메모, 그 시절의 사진들이 40쪽 소책자로 실려, 눈으로도, 손끝으로도 한 시대의 온도를 전한다. 부정과 왜곡의 그림자를 지나 다시 세상에 내딛는 이 앨범이야말로 대중음악사에 새겨진 깊은 상처이자 치유로 자리할 전망이다.

 

학전은 이번 프로젝트와 함께 ‘학전김민기재단’ 설립도 본격화한다. 재단은 김민기의 남겨진 자료와 음악, 유품을 체계적으로 보존·아카이브해 미화 없이 정직하게 기록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색다른 1주기 추모 행사나 공연은 열지 않는다. 오히려 김민기의 뜻을 존중하며, 모든 자료는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 후세에 이어질 계획이다.

 

학전 김민기의 첫 앨범 복각 LP는 올해 안에 정식 발매될 예정이며, 재단 설립 후 유작과 정신까지도 시대의 기록으로 남길 것을 예고했다. 포크의 영혼이자 저항의 상징인 김민기의 음악은 이렇게 다시, 그리고 언제까지나 유산으로 깊은 잔상을 남긴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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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학전#복각l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