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스토킹 피해 여성의 절규”…대구 자택 침입 살인, 경찰과 법원 허점 노출→책임은 어디에
사회

“스토킹 피해 여성의 절규”…대구 자택 침입 살인, 경찰과 법원 허점 노출→책임은 어디에

한지성 기자
입력

대구의 한 평범한 아파트에서 스토킹 피해 여성의 삶에 갑작스러운 비극이 찾아왔다. 깊은 밤, 누군가 복면을 쓰고 가스 배관을 타고 6층까지 올라가 그녀의 집 문을 두드렸다. 문 너머에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50대 여성 A씨가 숨고 있었다. 그러나 범인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흉기를 휘둘렀고, 경찰의 보호망은 끝내 그를 막지 못했다.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A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녀는 한 시간 만에 생을 마감해야 했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한 달 전부터 쌓여온 불안과 공포가 있었다. 유력한 용의자인 B씨는 이미 지난달, 같은 여성에게 흉기를 들고 위협을 가한 전력이 있었다. 당시 그는 범행 직후 도주했으나 곧 체포됐고, 경찰은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B씨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피해자 주거지 앞에는 인공지능이 적용된 CCTV가 설치됐고, 긴급한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스마트워치도 지급된 상태였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앞 / 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앞 / 연합뉴스

그런데, 사건 당일 B씨는 감시망을 뚫고 가스 배관을 타 집에 들어갔다고 분석됐다. 침입 순간, CCTV의 알람은 울리지 않았고, 피해자는 이미 스마트워치를 경찰에 반납한 뒤였다. 경찰 내부에는 감시 시스템의 실효성은 물론, 보호 조치가 어떻게 현장에서 작동했는지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사건은 대구를 넘어 전국적 파문을 남겼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 체계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회 각계에서는 법원의 불구속 수사 결정과 경찰의 현장 보호 조치가 모두 허점투성이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변보호가 현실에서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제도와 시스템이 피해자의 생명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 묻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경찰은 현재 B씨의 행적을 쫓아 대구경북 외 타지역 경찰과 공조 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기술 중심의 보호 방식과 피해자 스스로가 선택해야 했던 불안 사이의 간극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보호의 현 실태와 사법 판단의 책임, 그리고 앞으로의 제도 개선 필요성까지 사회에 중요한 숙제를 남기고 있다.

한지성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대구스토킹살인#경찰신변보호#불구속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