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국가유산야행”…모양성 달빛 길 따라 밤을 걷다→여름 추억 속으로
여름밤의 숨결이 찬란하게 번지는 고창읍성의 언저리에서, 시간은 새벽의 흙내와 햇살의 잔열을 지닌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2025년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대표적 야행 축제 ‘고창국가유산야행’이 모양성, 신재효 고택, 오거리당산 등지를 무대로 다양한 예술과 감성, 그리고 지역의 옛이야기를 품은 밤을 펼친다. 청사초롱들이 수놓은 모양성 둘레길,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돌담 아래, 고창의 국가유산은 새롭게 깨어나 역사의 결을 따라 이방인의 발길을 안내한다.
이번 축제는 ‘달빛 동행, 모양성 구경가세, 별빛 야행’을 표어로 내세워, 밤을 빛내는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일곱 가지 테마로 구성된 체험과 공연, 전시와 플리마켓이 고창읍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판소리박물관 앞 녹지에 수놓은 LED 장미, 소원을 담는 소원등 체험, 배우가 직접 들려주는 모양성 이야기와 환경 투어, 전통 줄타기와 국악 오케스트라, 그리고 지역 신화를 노래하는 창극 등이 어우러진다. 어린이를 위한 모양성 쌓기 체험, 가족이 함께하는 전통 의복 사진관부터, 분필로 표현하는 놀이 공간까지 다양하다. 늦은 밤이면 지역의 풍미가 깃든 고창 심야식당과 작은 상점들이 모인 플리마켓이 별빛 아래 활기를 펼친다.

축제가 품은 의미는 단순한 유산 보존을 넘어, 고창만의 넉넉함과 전통, 그리고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공존의 축제’에 있다. 모양성이 품은 역사와 사람, 그 저녁을 머금은 달빛의 길 위에서, 관람객은 어느새 고창의 밤과 하나가 된다. 전문가들은 “국가유산을 감성적 체험으로 재해석한 대표 사례”라고 평했다. 두 밤에 걸쳐 펼쳐지는 유산의 향연은, 다시 오지 않을 여름을 시적으로 기억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