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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미라클 대탈출”…류부열·김일응, 약속의 눈물→378명 기적의 귀환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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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드리운 거리, 약속을 품은 이들의 숨죽인 기다림은 매서운 긴장과 따스한 믿음이 교차하는 서사로 번져갔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펼쳐진 미라클 작전. 류부열 경호단장과 김일응 공사참사관, 그리고 378명의 아프간 특별 기여자들은 불가능을 넘어 기적의 여정 위에 섰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공항에서 시작된 10시간의 사투, 버스 안의 숨 막히는 14시간, 그리고 왕복 2만km의 밤과 낮. 그 끝에서 대한민국은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믿음의 기록을 남겼다.

 

긴박함이 흐르는 도시의 공기 속, 매서운 총성과 절망의 인파가 가득한 카불공항 게이트를 류부열 경호단장과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담담한 결의로 걸었다. 아프간에 남겨진 400여 명의 현지 직원과 가족들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비통한 질문을 남긴 채, 생사의 문턱에서 하루 24시간이 금세 소진되는 체험을 해야만 했다. 미군, 탈레반, 그리고 안내 받지 못한 절벽 같은 운명 앞에서도, 한국팀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정과 대낮을 오가며 추위와 공포, 뜨거운 바람, 그리고 인내와 눈물을 견뎠다. 특히 14시간 넘도록 문을 열지 않는 게이트 앞에서, 모든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며 버틴 지아우딘 가족과 같은 이들의 사연은 한글자 한글자 쌓인 고통과 소망의 기록이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미사일 경보와 테러 첩보,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 속에서도 공군 CCT 대원들과 조종사, 구조팀 모두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의자까지 떼어낸 수송기 바닥 위로 총 378명의 생명이 올라탔고, 공항 재이륙까지 주어진 한 시간은 모든 것을 불태운 흰색 플레어와 채프, 극도의 집중력, 말없이 손을 맞잡은 동료들의연대로 채워졌다. 마지막 순간 탈레반이 버스를 가로막았을 때,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한 치 망설임 없이 여행증명서 원본을 들고 검문소로 향했고, 류부열 경호단장이 나란히 동행했다. 두 사람의 결연한 걸음이 탈레반 마음을 움직였다.

 

드디어 새벽, 이름조차 확인되지 않는 수많은 인파를 뚫고 “코리아”를 외치는 목소리가 늘어섰다. 권형 원사의 카메라에 담긴 첫 만남의 눈물, 그리고 김일응 공사참사관과 현지 직원이 겹쳐 안긴 포옹은 나약한 인간의 온기와 용기, 무엇보다 ‘끝까지 가겠다’는 대한민국의 약속을 압축했다. 안전하게 하늘길에 오른 378명 중에는 세상의 빛을 본 지 한 달 된 아이부터, 한국어 선생님을 꿈꾼 첫째, 축구를 소원한 셋째까지 모두가 기적의 기록이 됐다. "불가능한 임무라 생각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우정과 대한민국의 약속을 믿었다"는 지아우딘의 고백, 그리고 아이가 또박또박 눌러 쓴 편지에는 “공부 잘해서 미래의 꿈을 찾고 싶다”는 새로운 희망이 가득했다.

 

미라클 작전은 2만km 하늘을 뚫고 인천공항에 내린 순수한 인간성, 약속을 지키는 나라의 증거였다. 거대한 귀환의 행렬이 개개인의 눈물로,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 열두 시간이 남긴 질문, ‘우리는 동료를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답을 더한다. 축구를 뛰는 아이, 꿈을 쓰는 소녀, 그리고 포옹의 미소가 오늘도 한국 하늘 아래 이어진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시청할 수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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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김일응#류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