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인다 할까봐 무섭다”…교제살인 피해자 반복 호소에도 비극
교제살인 사건 피해자가 범행 전 오랜 기간 가족에게 가해자의 위협을 호소하고도 끝내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헤어진 연인의 지속적 접근과 협박, 그리고 반복적인 경찰 신고에도 피해를 예방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안전망의 허점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유족 진술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월 29일 대전 서구 괴정동 거리에서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전 남자친구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경찰은 “A씨가 오토바이 명의와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A씨로부터의 집요한 접근과 위협에 시달리며 여러 차례 가족에게 “갑자기 찾아와서 죽일까봐 무섭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직접 경찰에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으로 3~4차례 신고했으며, 실제로 거주지까지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반복된 신고와 이동에도 보호조치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성인 피해자에 대해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는 것은 현행법상 의무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범행 전 피의자가 피해자를 폭행하고 경찰관까지 폭행해 입건된 사건도 있었으며, 보호조치 안내와 스마트워치 지급을 권유했지만 피해자가 모두 거부했다”고 전했다. 피해자 측 가족에는 이 같은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 유족들은 “안전조치 거부 사실만이라도 알았다면 가족이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건 이전 피의자와의 합의 과정, 피해자의 보호조치 거부 등 제도적 한계 역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의사만으로 가족 알림 여부와 보호조치가 결정되는 현 체계는 위험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피해자·가족 통보 제도 보완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경찰은 8월 5일 피의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긴급 체포해 대면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며, 사건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