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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이름 아래 울린 용기의 물결”...대전현충원 추모식, 성소수자 권리 논의 촉진→국가·군 제도 변화
정치

“변희수 이름 아래 울린 용기의 물결”...대전현충원 추모식, 성소수자 권리 논의 촉진→국가·군 제도 변화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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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오늘, 변희수 하사의 이름이 다시 한번 깊은 울림이 돼 현장을 채웠다. 현충일을 맞아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주최한 이 추모식은, 기나긴 차별의 그림자를 뚫고 용기와 변화를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발길로 조용히 파도를 이루었다. 강제 전역의 아픔을 견디며 성소수자가 군 내부에서 겪는 현실을 드러냈던 변희수 하사의 삶과 죽음은, 포용과 인권에 대한 국가의 답변을 묻게 한다.

 

추모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와 연대는 “배척 없는 포용의 부대를 꿈꿨던 변희수 하사의 진심이, 국가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흔들리지 않았다”며 변 하사의 유지를 환기시켰다. 더불어, “미약한 개인이지만 변화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는 생전의 소망이 바탕이 돼, 세상은 결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체성과 지향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군, 사회를 만드는 용기를 계승해 대전퀴어문화축제를 이어가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변희수 이름 아래 울린 용기의 물결
변희수 이름 아래 울린 용기의 물결

본격적인 토론의 장은 국방부의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실제로 국방부는 병역 신체검사 기준에서 ‘성주체성 장애 및 성선호 장애’ 항목을 ‘성별 불일치’로 명칭을 교체하며, 전역 취소 판결 이후 성전환자의 군 복무 문제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그간의 논란과 비판, 그리고 사회 전반의 논의가 군 제도와 국가 정책 변화로 이어진 현실을 보여준다.

 

변희수 하사는 2019년 성전환 수술 이후 육군으로부터 ‘심신장애’ 판정을 근거로 강제 전역을 당했다. 멈추지 않는 싸움과 용기의 기록이었지만, 2021년 3월 3일, 그는 자신의 소송 변론을 앞두고 끝내 홀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의 몫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변 하사는 순직으로 인정됐고, 이후 6월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그의 삶은 순직으로 명명됐으나, 그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겪는 제도적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추모식에 참가한 이들은 오늘도 그 자리에 서서, 용기를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회 각계에서는 이번 추모식과 논의가 성소수자 인권과 군 복무 제도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관련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며, 국회와 시민사회는 차별 없는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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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국방부#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