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00%에 미국 내 생산 확대”…글로벌 제약사, 대규모 투자 러시 촉발
미국이 관세 200% 부과를 경고하며 자국 내 의약품 생산을 압박하자, 글로벌 제약기업의 미국 대규모 투자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의 글로벌 생산효율 중심에서 안정적 공급망과 미 시장 점유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조짐이다. 이번 발표는 ‘제약 공급망 주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21일, 의약품 제조와 R&D를 위해 2030년까지 미국에 500억 달러(약 69조원)를 투입할 계획을 공개했다. 투자금은 신약 제조시설 신설과 R&D, 세포치료제 생산 강화에 들어가며, 버지니아 신공장은 역대 최대 단일 투자 사례로 꼽힌다. 먹는 GLP-1 계열, 고혈압 치료제, PCSK9 억제제 등 원료의약품 생산이 핵심 목표다.

바이오젠도 같은날 노스캐롤라이나 기존 공장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누적 투자액은 100억 달러에 이른다.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머크(MSD), 존슨앤드존슨 등도 줄줄이 미국 제조 및 연구시설 확장 계획을 내놨다. 노바티스는 32조원, 일라이 릴리는 270억 달러를 배정하며 현지 생산 역량을 대폭 키운다. 제약사의 일자리 창출, 기술 입지 확장이 맞물린 결과다.
이번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유예기간’ 정책의 직접적 후속 조치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약사에게 1년의 미국 내 생산 이전 기한을 주고, 이후 최대 20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대형 제약사들이 법적·경쟁적 리스크 해소를 위해 ‘미국산’ 제조 체제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미국 매출 800억 달러 달성이 목표이며, 그 절반을 미국 현지에서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노바티스 역시 10개 핵심 생산시설을 투자처로 삼고, 4000명 고용 창출을 내세웠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의 미국 편중 투자가 가격 경쟁력과 공급 유연성에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유예기간 내 현지 공장 매입과 신설 경쟁이 촉발돼, 기존 미국 내 기업의 ‘몸값’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타 국가 기업의 진입장벽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기업은 미국 생산시설 직접 투자나 현지업체 M&A를 장기적 전략으로 검토 중이지만, 시장선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현지 진출 확보 여부를 타진 중이다. 현지 기업 가격이 이미 크게 올랐고, 유예기간 내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은 단순 압박이 아니라 실제 산업구조의 변화를 유도한다”며, “의약품 공급망 주권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M&A·직접투자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1년 유예기간은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이 단기 관세문제를 넘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 지형과 경쟁 구조까지 바꿀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