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전공의 요구 단일화 안갯속”…의료계 내부 이견, 협상 동력 분기점
IT/바이오

“전공의 요구 단일화 안갯속”…의료계 내부 이견, 협상 동력 분기점

김서준 기자
입력

전공의 수련 제도와 의료 정책 전반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의료계 현안의 예측 불가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며 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요구안이 분산된 데다 의료계 내부 입장차가 뚜렷해 단일한 전략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주요 의사결정 구조를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 7개 권역별 대표 체제로 개편하고, 지방 수련병원의 비대위 참여 비율을 늘렸지만, 연속적인 수련환경과 전문의 시험 일정, 수련시간 단축 등 핵심안에 관한 이견이 크다.  

 

특히 이번 비대위는 서울, 경기 등 대형 수련기관 중심에서 벗어나 전국 각 지역의 전공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나, 압축된 요구안 마련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련환경 개선, 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비율 확대, 정부 의료개혁 재검토 등 요구안은 작년 2월 7대 요구안보다 단순화됐지만, 현장에선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수련기간 조정 등 세부 특례 요구가 번지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 간 이견도 뚜렷하다. 전공의들은 2월뿐 아니라 8월에도 전문의 시험을 추가로 시행해달라는 등 수련특례 확대를 요구하지만, 교수진 다수 및 대한의학회는 "시험 난이도 및 검증력 유지, 정부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련시간 단축(주 80시간 → 60시간)에 대해서도 "전문성 유지에 부족하다"는 반대가 우세하다.  

 

전공의 수련시간 기준은 미국 사례를 참고해 최대 주 80시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일부 진료과(흉부외과 등)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쟁점에서 내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앙정부와의 실질적 협상력 저하는 물론 정책 실행의 동력도 상당히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최대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는 최근 26개 전문과목 중 대다수가 "수련특례 및 시험 확대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산업계 일각에는 PA(진료지원간호사) 투입 등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의료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정책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정책 관계자들은 내부 소통 강화와 요구안 단일화가 정책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와 수련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압축적이고 실현 가능한 단일안 도출이 의료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전공의 요구안이 정부 정책과 현장 여건 사이에서 실제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대한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