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참전은 김정은 발의였다”…푸틴, 북러 정상 ‘혈맹 관계’ 재확인
군사 협력과 외교적 연대를 둘러싼 북러 양국의 결속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과 국제 정세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전날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양국의 전망적인 협조계획들에 대해 상세히 토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격적인 국면 변화가 예고되는 시점에서, 북러 군사관계가 정국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쌍무 관계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인도할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특히 군사·경제 분야의 포괄적 협조 계획과 국제·지역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국가주권과 영토 완정,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형제적 의무로 여기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특수한 신뢰관계,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전체 조선 인민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쿠르스크 파병 등 군사 협력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점에도 시선이 쏠린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의 발기에 따라 조선 군인들이 쿠르스크주 해방전에 참전했다”고 말했다. 그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의 북한군 파병이 어느 쪽 제안에 의해 성사됐는지 불분명했으나, 푸틴 대통령 발언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선제적 제안임이 확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이 쿠르스크 지역 지뢰 제거를 위한 공병 병력 1천 명, 인프라 재건을 위한 군사 건설 인력 5천 명을 추가 파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우크라이나전 종전 뒤에도 북러 ‘혈맹 관계’는 군사, 인프라 협력을 고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은 정세 변화에 따라 협력 폭을 넓혀가겠다는 입장도 노출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신냉전체제하 ‘북중러 3각 연대’의 가시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북중러 정상의 연대를 연출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파병이 김정은 위원장의 선제 제안에 따른 결정임을 직접 언급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국회는 북러 군사협력 확대가 동북아 안보질서에 미칠 파장과 남북관계 긴장 고조 가능성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에 돌입했다. 정부는 북러 군사·경제 협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관련 국가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