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AI로 R&D 혁신”…한국, 100만명 바이오 빅데이터 전략 공개
바이오헬스 분야의 패러다임이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중심의 연구개발(R&D)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디지털 치료기기 등 첨단 기술은 질병 예측과 개인 맞춤형 치료에 활용되며, 보건의료 산업 내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바이오헬스 R&D 방식이 도구적 진보를 넘어 국가 전략 차원의 근본적 재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바이오헬스 R&D 정책 10대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바이오헬스 연구지원 기관들은 대규모 코호트(집단)와 데이터 플랫폼 인프라를 결합해 AI 기반의 정밀의료 실현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은 각각 100만명에서 500만명 규모의 바이오뱅크와 유전체-임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이다.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은 500만명에 달하는 국가 코호트 구축 계획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00만명 대상의 정밀의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인 특화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국가 전략을 마련했다.

이러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은 각국이 미래 보건의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모으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범부처 주도의 ‘100만명 바이오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희귀질환자, 암 환자, 일반인 등 인구 집단별로 유전체와 임상, 생활습관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질병 연구의 실효성을 높이고, 맞춤형 치료 및 신약개발 혁신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포석이다. 특히 K-CURE(임상데이터네트워크 사업)를 중심으로 데이터 품질과 표준화 수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적으로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생성형 AI가 기존 R&D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진단·치료는 물론 신약 개발, 연구비 신청 및 평가 등 R&D 관리 전체에 AI 자동화가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AI 활용 범위가 기술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데이터 인프라, 윤리·거버넌스, 인력 양성까지 확대되는 ‘AI 생태계’ 조성을 중요한 트렌드로 본다.
글로벌 수준에서는 이미 대규모 코호트와 AI가 결합해 암·희귀질환·만성질환 등 정밀예측과 맞춤형 치료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데이터 활용과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등 윤리와 제도 마련이 병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함께, 신뢰 기반의 데이터 활용·보호 정책이 촘촘히 설계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전문가들은 “연구자,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와 국제 공동연구 인프라가 국가 R&D 전략의 핵심 요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업계는 데이터·AI 중심의 바이오헬스 혁신이 실제 의료 시스템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