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R&D 확장 행보”…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투자금 16% 증가→신약시장 판도 변동 예고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 개발의 천문학적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전례 없는 속도로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국내 매출 상위 10대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투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50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확대는 단순한 수치 성장에 그치지 않고,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과 글로벌 임상 전략 다각화로 이어지며 한국형 바이오 생태계의 진화를 예고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선도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R&D 비용으로 1073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전년 대비 22.3% 증가하며, 매출의 8.3%에 해당하는 수치다. 셀트리온도 1031억원을 투입해 매출액의 12.25%를 R&D에 투자했다. 회사 측은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항체-약물결합체(ADC) 신약 CT-P70 개발처럼 신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주요국 제품군 라인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다중항체 신약과 골·안과 질환 등 치료영역 확대를 본격화하는 전략이다.

전통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1분기 R&D 투자금은 55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4.1%에 이르렀다. 한미약품은 비만대사‧항암‧희귀질환 등 30여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으며, “내외부 혁신 발굴과 임상 투자 확대로 R&D 효율성 및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JW중외제약은 25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역, 53% 증가라는 매출 상위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는 통풍치료제, 항암제, Wnt 표적 탈모치료제 등에서 글로벌 임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한양행의 R&D 투자도 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확대됐다. 이 회사는 비소세포폐암, 위마비증, 고셔병 등에서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을 개발 중이다. GC녹십자는 395억원, 종근당은 388억원을 각각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종근당의 경우 R&D 인력이 전체 직원의 23.5%를 차지하며, 차세대 ADC 및 세포·유전자 플랫폼 확보 역시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령 역시 171억원 규모로 항암제·만성질환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반면 대웅제약, HK이노엔의 R&D 비용은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매출액 대비 16.4%인 518억원을 투입하며 단위 매출 당 R&D 집중도가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R&D 비용의 일시적 변동은 연간 집행 계획·임상 일정 등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투자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전체적으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고도화와 글로벌 임상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의 바이오·합성신약 분야 투자확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첨단 치료제 개발 경합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역량과 시장 주도권 확보 여부가 향후 수년간의 시장 판도에 결정적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