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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리퀴드 글래스 혁신 전면 도입”…12년 만에 운영체제 재정의→AI·디자인 양대 격변 예고
국제

“애플, 리퀴드 글래스 혁신 전면 도입”…12년 만에 운영체제 재정의→AI·디자인 양대 격변 예고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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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태평양 연안에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가 막을 올렸다. 오랜 정적을 뚫고, 애플은 12년 만에 자사의 정체성을 가로지르는 혁신을 알렸다. 이번 변화는 시간의 층위를 쌓아온 운영체제 위에 다시 한 겹의 빛―‘리퀴드 글래스’라 이름 붙여진 반투명 디자인―을 씌웠다.

 

기존의 경직된 인터페이스와는 이별을 고한 채, 유리의 슬며시 흐르는 유동성과 투명함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 비전 프로, 모든 애플 기기에 닿는다. 알림창도, 아이콘도, 반투명의 유영 위에서 조용히 녹아들고, 배경과 정보의 경계선이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사용자는 화면 저 너머까지 확장된 공간의 깊이를 체험하게 되고, 주요 정보는 배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크기와 자리를 변화시킨다.

애플, 12년 만에 운영체제 대혁신…반투명 ‘리퀴드 글래스’ 도입
애플, 12년 만에 운영체제 대혁신…반투명 ‘리퀴드 글래스’ 도입

이윽고 적용 범위는 소프트웨어의 나이테까지 닿는다. 개별적으로 불리던 iOS18, 아이패드OS18, 워치OS11, 비전OS2 같은 벽들은 무너지고, ‘iOS26’ 등 통일된 운명을 맞이한다. 이름만 바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도 진화한다. 메시지 앱과 페이스타임에서는 언어의 경계가 무너진다. 다른 언어의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번역되며, 소리로도 곁들어져 일상의 담장이 낮아진다. 통화 스크리닝, 녹음내용 요약, 카메라의 실시간 사물 인식, 2D-3D 사진 전환 기술은 또 하나의 미래 일상을 예고한다. 단, 페이스타임의 한국어 번역은 추후 과제로 남았다.

 

운동 데이터 기반 독려 기능 ‘워크아웃 버디’, 혼합현실 ‘비전 프로’의 ‘페르소나’ 등에서, AI와 하드웨어의 긴밀한 소통이 한층 뚜렷해졌다. 이번 업데이트는 iOS7 이후 가장 대담한 변화로, 익숙했던 애플의 원형적 디자인조차 시대의 물결에 합류시킨다.

 

이날 무대에 오른 팀 쿡 CEO는 “오늘은 유의미한 소통의 하루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여정에 성찰을 예고했다. 애플 디자인 부문 총괄 부사장 앨런 다이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이 이번 역사의 중심임을 역설했다.

 

IT 업계와 월가에서는 애플의 이번 소프트웨어 대개편이 연내 전 세계로 순차 확산되고, 하반기 시장 흐름은 물론 글로벌 IT 종목 전체에 울림을 전하리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혁신의 새 아침, 애플은 다시 한 번 세계 소프트웨어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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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퀴드글래스#애플인텔리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