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IP 리모델링”…지스타, 글로벌 게임 시장 정조준
검증된 인기 게임 IP(지식재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이 한국 게임 산업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2024년 지스타에서 대기 행렬을 이끈 ‘아이온2’,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팰월드 모바일’ 등은 원작의 감성은 유지하면서도 그래픽·전투·세계관을 업그레이드해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리는 ‘IP 리모델링’ 트렌드를 보여줬다. 업계는 과감한 신작 대신 팬덤이 검증된 인기 IP에 기반한 후속작과 모바일화, 장르 다변화로 ‘글로벌 흥행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스타에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국내 대표 게임사가 ‘AI온2’,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팰월드 모바일’ 등 인기 IP 기반 신작을 대거 출품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원작 감성을 유지하되 완성도를 끌어올린 ‘아이온2’와 ‘호라이즌’ 세계관에 MMO(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요소를 강화한 신작으로 현장 최장 대기 행렬을 만들었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몬스터 길들이기’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이미 글로벌 흥행력을 확보한 IP 기반 게임으로 부스를 채웠고, 크래프톤은 PC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팰월드’를 모바일 신작으로 처음 선보여 각 부스마다 2시간이 넘는 대기열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번 신작들은 그래픽·전투 시스템·세계관 해석에서 기존작과 확연히 달라진 점이 강조됐다. 예컨대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는 원작 스토리에서 팬들이 궁금해했던 미공개 서사를 채택하고, 로그라이트(Rogue-lite) 장르 특유의 깊은 전투 전략성을 가미했다. ‘팰월드 모바일’은 150종 이상 캐릭터 수집, 오픈월드 생존·건축·전투 요소를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최적화하는 등 기술적 변화를 적극 도입했다. 이런 변화로 기존 이용자와 새로운 글로벌 유저 양쪽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IP 밀착형 확장 전략’은 게임 산업의 수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겨눈 현실적 선택으로 꼽힌다.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개발·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는 환경에서 신작의 흥행 성공 불확실성을 줄이고, 이미 팬덤이 증명된 IP를 적극 활용해 투자 효율과 안정적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현지 IP와의 협업이나 ‘글로벌 IP화’를 통해 이용자 신뢰도를 빠르게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게임 시장 역시 인기 IP 게임들의 후속작, 세계관 확장판, 미디어 믹스(project mix) 등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추세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게임 산업의 고도화와 규제 이슈도 IP 중심 전략을 촉진하는 배경이다. PC·모바일 간 플랫폼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으나, 신작 허가 및 콘텐츠 심의, 현지화 과정에서 규제 부담이 커지는 현실 속에서 이미 검증된 IP 활용이 기획·개발부터 규제 대응, 마케팅까지 효율성을 높여준다. 최근 발표된 현지화 전략과 글로벌 출시 일정 역시 이런 점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인기 IP 중심의 신작 행렬이 단순한 리마스터(재구축)가 아니라 기술적·콘텐츠적 진화를 동반할 때,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K-게임’ 브랜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인기 IP 리모델링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안착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