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네르 결승 진출”…알카라스와 로마 결전→차세대 양강 역사 다시 쓴다
차가운 이슬이 내린 코트 위, 말없이 주먹을 쥔 신네르의 모습에 가득 찬 로마 관중석이 떨렸다. 49년 만에 꿈꾸는 우승을 향한 이탈리아 팬들의 열망과, 세계 테니스 판도를 흔드는 두 젊은 챔피언의 운명적 맞대결이 한밤의 포로 이탈리코를 뜨겁게 물들였다. 구르는 긴장과 기대 속, 신네르와 알카라스 두 이름은 이제 단순한 재능을 넘어, 시대정신을 새로 쓴다.
1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ATP 투어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단식 4강전에서 얀니크 신네르는 토미 폴을 상대로 1-6 6-0 6-3, 세트 스코어 2-1의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며 결승에 올랐다. 경기 초반 신네르는 폴의 예리한 리턴에 다소 흔들렸으나, 두 번째 세트부터 폭발적인 포핸드와 집중력을 앞세워 상대를 완전히 압도했다. 마지막 세트에서도 냉정하게 흐름을 지키며 이탈리아 테니스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같은 날 준결승전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 역시 로렌초 무세티를 세트 스코어 2-0(6-3 7-6<7-4>)으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알카라스는 매 순간 예리한 스트로크와 흔들림 없는 집중력으로 승기를 이끌었다. 특별히 이날 두 선수 모두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코트 위를 장악하며, 정상급 기량을 입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네르와 알카라스가 최근 메이저 대회를 나눠 가졌다는 점이다. 신네르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정상을 거머쥐며 세계 테니스 신구의 분수령으로 자리 잡았다. 통산 상대전적에서는 알카라스가 최근 3연승을 포함해 6승 4패로 앞서 있다.
이탈리아 테니스 팬들에게 신네르의 결승행은 남다른 의미를 더한다. 1976년 아드리아노 파나타 이후 49년 만의 남자 단식 우승 도전이자, 최근 26경기 연승과 7개 대회 연속 결승이라는 기록까지 함께한다. 도핑 논란 속 3개월 출장 정지 징계를 끝내고 돌아온 그의 표정에는 각오와 책임이 묻어났다.
알카라스도 이번 로마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며 다음 주 세계랭킹 2위 등극을 확정했다. 마드리드오픈 결장 후 복귀전에서 다시 결승 무대로 올라온 그의 걸음은, 세계 정상권을 거머쥘 힘과 젊은 패기가 함께였다.
현지 관중과 테니스 팬들도 뜨겁게 반응했다. “신네르가 로마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는 이탈리아 현장 응원과, “알카라스의 패기가 또 다른 시대를 연다”는 팬들의 SNS 메시지가 연이어 쏟아졌다. 두 선수의 맞대결에 쏠린 글로벌 관심은 2024시즌 남자 테니스 지형을 흔들 거대한 분수령으로 다가온다.
경기는 프랑스오픈을 앞둔 시점,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젊은 챔피언들이 세대 통합의 길목에서 어떤 이야기를 쓸지 깊은 기대감으로 물든다. 로마의 밤,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함성이 어우러진 이 결승전은 주말 스포츠 팬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풍경을 선사할 전망이다. 두 선수의 명승부는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