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기업으로 사회난제 해결”…엘리슨, 10억파운드 투자에 기부모델 흔들
현지 시각 12일, 영국(UK) 옥스퍼드대학교 인근에서 ‘오라클’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Oracle CTO)의 대규모 사회 혁신 투자 프로젝트가 공식화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엘리슨은 자선재단이 아닌 영리 기업 설립 방식으로 기후 변화, 식량 안보, 질병 치료, 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난제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는 기술 분야 억만장자들의 ‘영리적 자선’ 트렌드를 대변하며, 사회공헌 방식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엘리슨은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엘리슨 기술 연구소’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며, 영국 옥스퍼드 인근 약 10억파운드(약 1조7천억원) 규모의 신규 캠퍼스 설립 계획을 밝혔다. 해당 연구소는 전통적인 자선단체 구조가 아닌 영리 목적 법인 네트워크 형태로 운용된다. 연구개발과 사업 주체가 모두 상업기업으로 꾸려지는 방식이다.

최근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옥스퍼드 캠퍼스 신축과 더불어 매년 20명 수준의 옥스퍼드대 연구원 장학금 지원, 5,000명 이상 신규 고용이 예고됐다. 이 같은 규모는 기존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등 주요 자선재단 인력을 크게 상회한다.
연구소 소장인 존 벨 옥스퍼드대 교수는 “엘리슨은 상업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법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자선재단과 달리 기업 형태지만 사회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벨 교수는 자선재단만으로는 거대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슨은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약속하는 ‘기빙 플레지’ 서명자지만, 영리기업 투자는 전통적 기부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는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신생 기업 분사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이익을 재투자하는 순환 모델을 제시했다.
엘리슨과 오라클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옥스퍼드대와 협력해 바이러스 변이 구축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을 계기로 캠퍼스 설립을 논의해왔다. 엘리슨은 “오라클의 상업화 역량과 옥스퍼드의 과학 기술이 결합할 때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영리적 자선’ 추세는 실리콘밸리 전반에서 확산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메타플랫폼)의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 등, 주요 테크 부호들은 영리와 공익을 결합한 유한책임회사(LLC)로 자선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배우자 로렌 파월 잡스 등도 같은 흐름에 가세했다.
기빙 플레지에 따르면, 기술 부호들은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간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방식의 사회혁신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순수 기부와는 차별화된 혁신적 시도로,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데 주목한다.
이번 엘리슨의 투자 방식이 글로벌 자선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그리고 전통적 재단 방식에 어떤 도전과 변화를 안길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