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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반영 AI 쇼핑비서”…네이버, 맞춤형 에이전트 공개로 플랫폼 혁신 예고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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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 플랫폼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가 ‘풀스택 AI 기업’ 전략을 내세우며 내년부터 쇼핑·검색 등 주요 서비스에 AI 비서 ‘에이전트 N’을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서비스별로 세분화된 에이전트 기반의 혁신적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검색, 탐색, 구매까지 연결하는 맞춤화된 경험을 예고하며 플랫폼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으로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글로벌 경쟁 구도가 격화되는 ‘AI 플랫폼 표준’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6일 서울 코엑스 ‘단25’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비전을 공개했다. 먼저 2024년 1분기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AI 기반 쇼핑비서 기능을 처음 적용하고, 2분기에는 통합검색에 ‘AI탭’을 추가할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의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취향, 예산, 검색 이력, 리뷰 등 다수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한편 구체적인 구매 유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서비스다. 이로써 단순 검색·탐색을 넘어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실행까지 이어주는 ‘실행형 플랫폼’ 시대가 예고된다.

기존 AI 추천 기능 대비 에이전트 N은 사용 과정의 자동화·초개인화(ultra-personalization)가 핵심이다. 네이버가 공개한 시연에 따르면 AI 비서는 사용자의 조건, 선호도를 즉시 반영해 여러 옵션을 비교·제안하고, 탐색부터 결제·관리까지 전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올해 네이버 검색 15%에 적용된 AI 브리핑은 연말 20%까지 확대 예정이며, 서비스 체류 시간이 연초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고객 경험 효과도 실제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에이전트 기술은 광고, CRM, 가격전략 등 비즈니스 파트너 생태계로도 확장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Agent N for Business’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AI 브리핑·추천 등 핵심 기술을 광고주, 쇼핑몰 사업자 등 파트너 기업 맞춤형으로 제공함으로써 AI가 네이버 플랫폼 전체의 성장엔진이 되는 전략이다. 이는 이미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 격화 중인 AI 비서 전쟁에 대응한 선제 포석으로 평가된다. 미국 빅테크도 최근 ‘퍼스널 쇼퍼’, ‘AI 검색 에이전트’ 경쟁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한국형 풀스택 AI 모델을 독자 개발·확장하는 것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기술 기반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도 주목된다. 네이버는 춘천, 세종 데이터센터에 더해 2026년까지 GPU 인프라에 1조 원 이상 투자를 추진,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산업 적용을 가속화한다. 또한 제2사옥과 데이터센터 간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를 본격 운영, 제조·헬스케어 등 산업 현장 맞춤형 AI를 실증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제조산업과 AI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통해 국내 산업의 AI 전환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산업 특화 AI(버티컬 AI) 전략도 병행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조선, 에너지, 바이오, 방산 등 주요 기업과 협력해 ‘산업 AI’ 활용을 고도화하고, 사우디, 태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을 추진한다. 헬스케어, 농업 등 AI 접근성이 낮은 영역에도 AI 접점을 넓혀 초개인화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에이전트 N 적용이 국내 AI 산업에 미칠 파장에 주목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플랫폼이 AI 기반 추천과 자동화를 빠르게 상용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술로 구현되는 에이전트 모델이 실제 이용자·사업자 중심 플랫폼 혁신까지 이어질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인프라, 규제, 윤리 등 산업·제도 환경 변화도 서비스 확산의 관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AI가 일반 소비자 경험은 물론 산업 생태계·기술 인프라까지 재편하는 시대”라며 “기술 경쟁 속도만큼이나 시장, 데이터, 윤리의 균형도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네이버의 AI 에이전트 전략이 시장에 실제 안착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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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이전트n#gpu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