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밀린 제미나이”…구글, 케이팝 마케팅 승부수로 반전 노린다
구글이 국내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오픈AI의 챗GPT에 밀린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대학생 및 케이팝 스타를 활용한 공세적인 마케팅 전략에 나섰다. 구글이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AI 서비스 ‘구글 AI 프로’ 멤버십 1년 이용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신진 인기 케이팝 혼성그룹 올데프(올데이 프로젝트)와 협업한 캠페인 영상을 선보이며 젊은 층의 충성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이번 시도를 뤼튼-지드래곤 브랜드 광고 사례와 같은 ‘생태계 록인(Lock-in, 묶어두기)’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생 시절부터 AI 도구 사용 경험을 축적한 이들이 졸업 후에도 해당 플랫폼을 계속 활용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구글코리아는 올데프와 협업해 ‘올데이 어시스턴트, 제미나이’를 주제로 한 광고 콘텐츠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대학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활동, 시험 준비 등 실제 학생들의 일상에 AI 어시스턴트 ‘제미나이’와 이미지 및 영상 생성형 AI ‘비오 3’가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장면이 담겼다. 올데프는 ‘빅뱅’과 ‘블랙핑크’ 등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히트 프로듀서 테디가 제작한 혼성그룹이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로 주목받았으며, 데뷔 전부터 정유경 신세계 회장 장녀인 애니, 빅히트 연습생 출신 우찬 등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6월 공개한 데뷔곡 ‘페이머스’는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 진입해 시장 반향을 일으켰다.

구글이 대학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 AI 프로’ 멤버십은 학교 이메일 인증만 거치면 개인용 계정에 1년간 적용돼 창의적 학업 활용에 도움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이를 일회적인 고객 유치 이벤트가 아닌, 사용자 습관화와 데이터 기반 생태계 구축이라는 중장기 전략으로 풀이한다.
국내 AI 서비스 이용 현황을 보면, 챗GPT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한국은행의 2024년 조사 결과, 생성형 AI를 경험한 국내 근로자 가운데 챗GPT 활용률은 67.8%로 압도적 1위를 나타냈고, 구글 ‘제미나이’(19.5%), ‘노트북LM’(9.0%)은 그 뒤를 이었다. 학생층 이용 확대가 장기적 격차 해소의 포인트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이미 마케팅과 사용자 친화성 측면의 ‘외부 효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대표적 사례로 국내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지드래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영상 콘텐츠를 차별화, 앱 설치량을 단기간에 2배 이상 끌어올린 전략이 있다. 뤼튼은 네이티브 세로 광고, 실제 촬영 오디오 활용 등 MZ세대 감수성에 최적화된 메시지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3주차에만 신규 설치가 6만5916건(모바일인덱스 집계)으로, 경쟁 서비스 퍼플렉시티와 제미나이를 동시에 앞질렀다.
구글의 이번 시도 역시 AI 기술력 홍보를 넘어 ‘일상 속 자연스러운 AI 경험’ 확산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학생이 학업과 캠퍼스 생활에서 제미나이를 친근하게 접하고, 이후 다양한 업무와 일상에서도 자사 AI 플랫폼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장기 파트너십 유도의 한 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의 학생 친화적 AI 멤버십 정책과 케이팝 마케팅이 뤼튼 사례처럼 플랫폼 지각변동을 불러올지 주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시장 침투 방식, 사용자 일상화 전략이 AI 플랫폼 판도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구글의 이번 전략이 실제 시장 점유율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